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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질긴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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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을 국민들께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날도 그는 예외 없이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국민공천제’ 전도사다웠다. 끝까지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숱한 당원들 앞에서 수차례 드러
냈다.
 
지난 18일 저녁 영도 목장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영도 당원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는 내년20대 총선에서 영도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항간에 나돌던 비례대표나 험지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당 대표 역시 공천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40대 예비후보와 내년 영도 출마를 저울질 하는 후배 변호사도 이날 행사에 초청해서, 나와 한판붙자, 고 했다. 그 지역 시의원 출신 후배 정치인에게도, 서슴지 말고 내게 도전하라, 고 했다.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당대표인 자신도 공천 탈락할 수있다, 는 대목에선 김 대표에게서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행사 일정에 없는데도 불쑥 총선 경쟁자인 젊은 예비후보와 후배 변호사에게 자기홍보 기회를 줬다. 일순 장내가 술렁였다. 색다른,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제안에 잠시 얼떨떨해하던 예비후보가 단상에 올랐다. 찬찬히 자신을 소개했다. 이력서에 드러난 그의 화려한 삶 이면에 고통의 굴곡이 꽤나 깊은 젊은이였다.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
 
후배 변호사도 단상에 올랐다. 그는 총선에 수차례 도전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맛본 나름 밀실공천의 피해자였다. 뜻밖에 이뤄진 둘의 등장에 당원들은 박수로 화답했지만, 내 마음은 매우 불편했다.
 
총선을 불과 넉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이 시점, 다른 선거구들은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일뿐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내 친구는 해당지역의 당원 행사장을 찾아 갔다가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단다.
 
입구에서 당직자들이 서서, 선거법 때문에 참가비를 낸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다, 며 가로막더라고. 나도 엄연히 당비 내는 책임당원이고, 지금 당장 참가비를 낼 테니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답은 “노”였다.
 
곁에서 이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현역 국회의원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무성 대표처럼 행동하진 않았다. 그는 슬쩍 자리를 피해 버리더란다. 무척이나 황당하고 민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디 걔서 그칠까. 행여 새누리당 당원들이 내 친구쪽과 관련된 일에 참여하게 되면 득달같이 전화로 항의하고 따진단다.
 
국민공천권, 분명 정치개혁의 핵심요소다.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미래세대를 위해 이뤄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딱한 건 그 정치인들이 되레 정치개혁의 요체라 할 ‘국민공천권’의 올바른 작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 있다.
 
그들의 ‘질긴 기득권’이다. 당 조직을 철저히 장악한 현역 국회의원들은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에게 끼어들 여지를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누군가, 사당화(私黨化) 돼 있다, 고 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거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국민공천제는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경선제. 당헌당규에 일반인 유권자와 당원 간 경선 참여 비율이 ‘50 대 50’으로 규정돼 있단다. ‘당원 몫 50’은 예비후보에겐 ‘그림의 떡’일뿐. 마치 하수가 상수에게 ‘차포 떼 주고’ 장기를 두는 형국이다.
 
‘영도 당원 송년회’에서의 김무성대표의 파격 조치에 ‘질긴 기득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차일피일하다가, 부자 인심 쓰듯, 할 테지. 국민공천제를 성공시키려면, 현역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질긴 기득권’부터 당장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며칠 전에도 내 친구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에서 마련한 ‘금정산 당원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가하러 갔단다. 혹시나 또 ‘질긴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무슨 우세스런 짓을 당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20151224일 제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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