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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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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시급히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동의대 공순진 총장은 고향 산청 후배인 정근 박사를 만나자마자 이 말부터 던졌다. 대학을 경영하는 책임자라, 해마다 힘들어지는 신입생 모집을 말씀하시는가 보다 했다.
 
좀 더 큰 화두였다. 지금 같이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는조만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할 땐 비장감마저 엿보였다. “둘째 아이부터는 일정 나이가 찰 때까지 의료비 부담을 국가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의사답게 정근 박사가 조심스레 저출산을 극복할 의료분야대안들을 내놓았다. 둘은 제법 긴 시간 저출산을 놓고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후진국가로 전락할거라는데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이런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가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데에도 둘은 똑같이 분노했다. 막연히 요즘 여자들이 아기 낳기를 기피하는 정도로 ‘저출산문제’를 바라봤던 나에게 둘의 대화는 울림이 컸다.
 
총장실을 나서면서 그날의 상황이 유년의 기억과 겹치면서 혼란스러웠다. 언젠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우리나라의 연도별 출산율 변화를 나타낸 인용문이 떠오른다. 1950년대는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였다. 곧이어 1960년대에는 3·3·35운동, 다시 말해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거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70년대,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1980년대는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린 남존여비 관념을 꼬집었다. 국가에서 강제한 산아제한으로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급기야 1990년 대 들어 ‘아들 바람 부모 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 2000년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2010년대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로 출산장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10월에 임신기간이 10개월인 점을 고려해 10월 10일로 임신부의 날을 지정해 국가에서 아이 낳기를 장려하고 나섰다.
 
얼마전 토요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 한 뉴스가 나를 우울하게 했다. 북핵보다 무서운 저출산…미혼 여성 48% “자녀 갖지 않아도 된다” 타이틀이 나를 핵만큼 강한 공포감으로 몰아넣었다.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혼 여성’ 가운데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2%에 그쳤다.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60.1%에 달했다고.
 
 “노인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젊은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젊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일할 사람과 소비할 사람들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겁니다. 이대로 가면 나라경제는 활력을 잃고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날 둘의 걱정을 덜어줄 우리나라 정책기조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2015년 10월 26일 제6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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