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해외로 눈 돌린 대졸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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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인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받는 청탁(?)이 일자리다. 구직자는 자기자녀·조카에서 친구자녀에 이르기까지,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에서부터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상아탑 교수들도 제자들의 구직현장으로 내몰린 지 오래됐다.
 
그들도 틈만 나면 전화로, 이메일로 일자리 없냐고 묻는다. 행여 결원으로 인한 구직광고라도 나가는 날에는 이 대학 저 대학의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공세로 야단법석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더니 어느새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이 대세란다.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상태에 있는 사람)’ 남성들은 일찍부터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 마련 등 5개를 포기해야 하는 20, 30대)’ 진입을 선언했다. 그나마 ‘취집(취업 대신 시집)’이라는 도피처라도 있는 여성 ‘장미족’들은 나은 편이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90%는 논다. 이공계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 따라 생겨난 말)’도 ‘지잡대(지방잡 대학을 말함)’에선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로도 이는 증명된다. 부산지역 청년 실업률이 12%로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단다. 13.3%를 기록한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란다. 지역경기 부진이 큰원인이겠지만, 꾸준히 배출되는 고학력의 대졸 취업준비생들을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부산 청년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이란다.
 
며칠 전 이런 무거운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우리병원근처 대학의 한 교수의 산뜻한 ‘제자 취직사연’이었다. 동서대학교 건축공학과 이동운 교수 역시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늘 제자들의 취직걱정으로 하루를 지낸다. 국내 고용시장 형편은 장기간 나아지지 않고, 제자들은 끊임없이 배출되고…. 지연·학연에 혈연까지 총동원해 기업하는 지인들에게 제자들의 일자리를 청탁(?)하는 상아탑의 분위기에 편승할 순 없었다. 대신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키우는데 전념했다. 건축 관련 자격증 취득은 기본. 컴퓨터와 디자인 CAD관련은 물론 TOEIC, TEPS 등 어학능력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교수는 제자들에게, “언제든지 기업에서 원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라” 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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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제자들의 일이라, 그렇다고 답답하게 그냥 앉아서 불구경만 하고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두드리면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어느 날 그는 인터넷으로 취업뉴스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K-Move’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청년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케이무브’는 해외 취업, 해외 인턴십, 해외 창업, 해외 봉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케이무브 대상자가 되면 ‘K-Move 스쿨’, ‘GE4U’와 같은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필요한 직무교육과 어학연수 등을 받을 수 있다. ‘K-Move 스쿨’은 해외 연수후 바로 현지 취업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원비의 20~30% 정도를 부담하고 참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두 눈이 번쩍 띄었다. 평소 제자들에게 해외문명을 많이 배울것을 강조해왔던 그로서는 케이무브스쿨이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교수는 곧바로 제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을들려주고 희망자를 물색했다. 평소 해외 취업을 꿈꿔온 이 대학 건축공학과 4학년 박정민·현진용·이대겸 학생이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이 교수와 제자들은 ‘꿈을 향하여 한 걸음 더, 베트남 건설’이라는 주제에 그들의 꿈을 담아 연수계획서를 만들었다. 이들은 경제성장 잠재력이 크고 건설 분야의 전망이 밝은 베트남을 주목하고 이곳 진출꿈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서툰 영어에 아예 까막눈인 베트남어도 그들의 도전을 꺾을순 없었다. 결실이 이뤄졌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13개 팀과 경쟁을 벌여, ‘지잡대’출신이라는 냉대를 뚫고 동서대 청년들이 당당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구직자 직접지원형 해외취업 연수생’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1인당 연수지원금 580만원을 받고 오는 8월 27일 베트남으로 출국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베트남어와 비즈니스 영어회화를 익힌 뒤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베트남현지 건설회사인 ‘HANVINA E&C’에서 일하게 된다. 이 회사는 한국의 높은 건설기술로 베트남 개발에 이바지한다는 기치 아래 2006년 설립됐다.
 
이미 슈퍼마켓, 영화관, 경기장, 주택, 호텔 등 베트남 개발 사업에 참여해오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이 교수의 제자들은 ‘HANVINA E&C’로부터“현장실습 후 정식으로 채용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식직원이 된다. 무더위 속 베트남어와 영어 공부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제자들에게 이 교수가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 “너희들의 무대는 해외시장이다. 그 열정이 분명 ‘잠자는 아사아의 용’ 베트남을 깨울 것이다. 늘 도전하라.” 모든 청년들에게 던지는 격려이기도 하다.
 
[2015724일 제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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