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가 뭄

임종수의 세상만사
 
 
임종수.jpg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메르스가 드디어 진정되는 모양이다. 아침 뉴스 메뉴에서도 한두 가지 반찬(?)만으로 처리했다. 한데 세상이 ‘말랐소!’, 하고 유래없이 지속되는 한반도 가뭄소식이 메르스 공포가 여전한 우리네 가슴을 타들어가게 한다. 말랐소!, 는 약한 표현이란다.
 
방송화면에 비친 농부들은, 세상이 온통 메말랐소!,하고 절규한다. 그가 서있는 논밭들이 짝짝 갈라져 있다. 마치 목말라서 물을 달라고 아가리를 쩍 벌린 아귀 같다고나 할까. 감자나 고랭지배추는 처음 심은 그대로 말라 비틀어져 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물을 동원해보지만 태부족이다. 감자는 알을 영글지 못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고통을 어디 이런 농작물들만 당할까. 사람의 삶까지 위협한다. 몸 씻는 일을 잊은 지도 제법 오래 됐다. 마실 물이 되레 걱정이다. 
 
근처 군인들이 대주는 식수로 겨우 목숨부지는 하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오래 전 내 유년의 가뭄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 일일 게다. 그해 모내기 이후부터 계속 가물어, 아버지는 가을 추수 때 황금색 벼이삭 대신 바싹 마른 어린 모(?)를 거둬들여야 했다. 땔감으로도 쓸 수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책장에서 서류를 뒤척이다 색다른 ‘기념품’을 발견했다. 일반 감사패처럼 만들어졌는데, 패에 글자를 새기는 대신에 무슨 액체가 담겨 있었다. 석유를 만드는 검은 색 ‘원유’였다. 이삼년 전부터 갑상선염 치료를 받은 중국 헤이룽장 성(黑龍江省) 다칭 시(大慶市)에 거주하는 도해연(여·41)씨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그녀는 현지에서 동생과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인근 병원에서 갑상선염 진단을 받고 2012년부터 하루 30알이 넘는 약을 복용했다. 독한 약을 과다 복용한 탓에 오히려 심신이 점점 쇠약해졌다. 치료를 포기하려던 중 대경을 방문한 그린닥터스 국제이사인 김정광 목사와 김승희 장로를 만나게 되었다. 도씨는 그린닥터스의 안내로 온종합병원에서 병을 고쳤다.
 
도해연씨가 고맙다며 내게 준 선물이었다. 그가 사는 다칭이 중국에서 유명한 석유도시란다. 그래서 귀한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직접 뽑아낸 한 방울의 원유를 소중히 담아 선물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경제적으로 접근한 나는 석유가 생산되는 중국이 부러웠다. 그 ‘검은 보석’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한데 심각한 가뭄 피해소식을 접한 오늘, 그의 선물이 불현 듯 우리 지구에겐 결코 선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석유, 그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고, 지금 한반도 가뭄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 기회에 그의 선물의 의미를 바꿔보자. 이걸 보면서 지구환경을 생각해야겠다. 지구상에서 하루빨리 이 원유가 메말랐으면…. 메마른 자리에서 맑은 물이 펑펑 샘솟았으면….
 
 
[2015625일 제6519]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