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대한민국에 ‘칭찬 열풍’을 불러일으킨 밀리언셀러 이름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켄블랜차드는 이 책을 통해 긍정적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칭찬의 진정한 의미와 칭찬하는 법을소개했다. 그는 칭찬으로 긍정적인간관계를 만드는 ‘고래 반응’을 배우라고 했다. 몸무게 3톤이 넘는 범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고래에 대한 조련사의 긍정적 태도와 칭찬 때문이란다.
주변에서 남 칭찬을 잘 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장소와 때를 불문하고, 함께 자리한 이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되레 칭찬을 듣고 있는 이의 몸이 오글거릴 정도다. 아닙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자꾸 부끄럽게 하네요, 하면서 그의 말허리를 붙들려 하지만, 한 번 열린 그의 입은 좀 채 멈추질 않는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나 역시 이런 경험을 자주 하는 편이다. 온몸이 오글거리기는 남들과 매한가지지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기분만은 최고다. 칭찬 한 마디로 끌어올리는 긍정의 힘이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그의 영향으로 나 역시 사람들을 만나면 칭찬으로 말문을 턴다. 워낙 말주변이 없는 터라 그리 길게 끌지는 못하지만 칭찬으로 열어가는 대화는 어색하지는 않다. 숱하게 늘어놓는 칭찬마다 일부러 진정성을 캐내려 하진 않는다. 단 하나의 짧은 팩트만으로도 이삼십 분의 대화는 이끌 수 있다. 이를 테면 남들에 비해 비교적 동안(童顔)인 사람을 만났다 치자. “아니, 어쩌면 이리도 젊게 뵈느냐!”는 팩트에서 칭찬은 출발한다. 이 팩트에다 하얀 거짓말을 하나쯤 살짝 얹어도 그리 무례한 일이 아니다. “저보다 이십년쯤 떨어진 삼십대 후반으로알았는데, 같은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습니다.” 이쯤 되면 그의 입 꼬리는 귀에 걸린다. 대화의 목적은 반쯤 이뤄진 셈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칭찬에 겸손으로 수줍어한다. 한데 정색으로 맞받아칠 때엔 칭찬을 꺼낸 이를 옹색하고 옹졸하게 한다. 화려한 과거 이력을 돋뵈게 했다가 끝 간 데 없이 그의 타임머신을 동승해서 멀미까지 감수해야 한다.
좀 젊어 보인다는 칭찬을 들은 사람이 곧바로, “선생님이 좀 겉늙어 보여서 그렇겠지요.” 하고 맞받으면 살짝 열까지 받게 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겉늙었다’는 건 분명한 팩트다. 조그만 팩트에서 출발한 칭찬 릴레이에 하얀 거짓말까지 가세한 마당에 뜬금없는 팩트로의 맞대응은 예의가 아니다. 이럴 때 쓰라고 나온 게 하얀 거짓말 아닌가. “옷차림으로 봐서는 선생님도 누가 오십대 후반으로 보겠습니까?” 팩트에다 약간의 과장만으로 이미 상대는 기분이 흡족해지기 마련이다.
분명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고래가 춤출 때 칭찬의 기회를 엿보는’ 재치도 필요하다. 하얀 거짓말이 가미된 칭찬 릴레이에 하얀 거짓말로뛰어드는 것도 우리사회를 분명 밝게 하고 긍정으로 이끄는 일일 게다. 칭찬으로만 직원들이 춤추게 하지 말고, 춤추듯 일하는 직원들에게 제때 칭찬하는 걸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2015년 3월 25일 제62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