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들불처럼 번진 캠페인 덕에 공중화장실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구역질을 느끼게 하는 혐오스런 냄새 대신 숲속에 온 듯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지저분한 발자국들 탓에 발끝으로 살금살금 들어서던 옛날과는 달리 얼굴이 훤히 내비칠 정도로 그 내부는 밝고 깨끗하다.
하지만 여전히 공중화장실 이용은 꺼림칙하다. 급히 볼 일을 보려고 좌변기에 들썩 주저앉는 순간, 아! 씨…, 하고 욕지기가 턱밑까지 차오른다. 누군가 좌변기 덮개를 그냥 내려둔 채로 오줌을 눈 모양이다. 사용한 이의 나이 탓인지, 촉각을 다툰 화급함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줌줄기가 변기덮개를 덮쳤다. 물기를 감지한 엉덩이보다 훨씬 빨리 내가슴이 분노로 치밀어 오른다.
한때 화장실 사용문제로 아내의 지청구에 시달렸다. 제발 집안 화장실에서 서서 오줌 누지 말라는. 물론 변기 덮개를 올리고 눈다지만, 나이 들면서 바닥에 잔뇨의 일부를 남기지 않을 재간은 없다. 어느 날 한 모임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는 전립선 기능 탓, 이라고 했다. 맞는 말인지는 확인해 보지않았다. 나이 들면 앉아서 볼일 보는게 건강에 이롭다고 해서 나도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됐다.
그 이유는 대개 세가지다. 우선 위생적이다. 서서 오줌을 눌 때, 변기의 바로 앞부터 반경 40㎝, 벽은 바닥에서부터 30㎝ 높이까지오줌이 튄단다. 또 하나의 ‘앉아 쏴’ 이유는 배려다. 독일에서는 이미 1980년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앉아서 소변보기를 홍보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Mothers Against Peeing Standing Up)'이라는 시민단체까지 만들어져 남편들에게 ’앉아 쏴‘를 강요(?)했단다. 마지막으로, 앉아서 소변보는 게 무척 편하다. 앉거나 서서 볼일을 보는 게 딱히 건강과 밀접한 상관관계는 없지만, 앉은 자세에선 배설기관의 괄약근이 쉽게 열리므로 더 편하게 소변을 볼 수 있어서이다.
제발 앉아서 오줌 좀 눠라! 요즘 두 아들에게 늘어놓는 내 잔소리이기도 하다.
[2014년 8월 22일 제55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