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수습기자 딱지를 뗐을 즈음. 우연한 기회에 사회고발 기사를 취재하게 됐다. 당시 서면 일대 하늘이 공해로 온통 뿌옜다. 예방의학자 말로는 광화학 스모그라고 했다. 자동차 배기가스처럼 석유연료가 연소된 후 햇볕을 받아서 화학반응을 통해 인체에 유해한 황갈색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거였다. 스모그보다 더 위험한 환경오염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당시 서면과 사상공단 하늘이 자주 황갈색 안개에 갇힌 듯했다. 몇몇 병원에 전화해보니 눈이 따갑고 아프며,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방의학자는 광화학스모그에 심하게 노출될 경우에는 호흡 곤란, 수족 마비, 현기증, 두통, 발한,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워낙 미세입자여서 일반 마스크 등을 통해서는 막을 수도 없다는 거였다. 보도 가치는 충분했다. 다만 부산의 광화학스모그 심각성을 방증할 자료가 필요했다. 신문사 조사부 자료실을 뒤졌다. 서너 꼭지의 관련기사 스크랩을 발견했고, 다행히 보도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최신(?) 기사 자료가 있었다.
내 기사는 ‘단독보도’로 대서특필됐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이었으니. 기사가 나가자마자 내가 인용한 기사의 해당 논문저자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국립대 환경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악에 받쳤다. 입에 육두문자도 담았다. 요샛말로 너는 기레기야!, 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의 항의는 학자로서 당연했다. 내가 그의 논문발표라며 인용했던 광화학스모그 오염수치 단위가 실제 논문에 기재된 단위보다 1천배나 더 컸던 거다. 내 기사가 진실이라면 서면은 거의 환경 재앙 수준이었던 거다.
게다가 더 아픈 건 내가 참고했던 선배의 기사 역시 당시 그 교수의 똑같은 논문을 바탕으로 먼저 썼던 또 다른선배 기사를 베꼈고, 그 최초 기사에서부터 오염수치와 단위가 엉터리였던 셈이다. 해당교수는 제 논문이 잘못 인용될 때마다 항의했고, 정정 보도를 요청했으나 언제나 묵살당해 왔다는 거다.(고백컨대 내 기사도 정정 없이 몇차례 인용된 것으로 알고있다.)
30여 년이 지난 요즘 언론의 보도행태도 도돌이표인 듯하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나 같은 보도 관행 탓에 ‘가짜뉴스’들이 우리사회를 광화학스모그보다 더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웃프다!
[2019년 10월 25일 제117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