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에 세계가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내 가슴속엔 늘 등 굽은 종지기 ‘노트르담의 꼽추’가 자리하고 있던 데여서 더욱 안타까웠다.
더 큰 피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짬짬이 뉴스를 검색해볼 때마다 노트르담 화재를 앞지르는 인기검색어가 있었다. 국회의원을 지낸 한 정치인. 궁금해서 찾아보니 막말 때문이었다. 마침 노트르담화재가 일어난 그날 세월호 참사 5주기였다.
온 국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며 사회적 슬픔을 함께 나누자는 게 고까웠던지 막말로 온 사회에 생채기를 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 그의 페이스북 글이 세간에 알려지자 국민들이 분노의 화염으로 들끓었다.
저마다 SNS를 통해 해당 정치인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의 막말을 들춰내고 욕하면서도 외려 그들이 스스로 미안해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막말이었으니.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국회의원까지 지낸, 대한민국 엘리트인 그가 왜 그랬을까. 낮에 만난 지인의 말이 더욱 가슴 아프다.
“내년 총선 보고 그랬겠죠! 좀뜨려고.” 정치판에서 나도는 얘기가 떠올랐다. ‘정치인들은 자기 부음기사 말고는 모든 내용들이 언론에 나기를 원한다. 왜냐고?, 정치인은 사람들에게 잊히면 끝장이니까.’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막말들이 쏟아져 나와 국민들을 분노의 화염속으로 밀어 넣는다.
광주 5.18도 그렇고, 제주 4.3 희생자들에게도 위로 대산에 인간으로선 상상조차 하긴 힘든 저주의 막말들이 횡행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배여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잊히지 않으려 내뱉는 정치인의 막말을 국민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세월호 5주년에 지인이 올린 SNS 글을 깊이 되새기며 세월호 영령들에게 ‘기억’을 약속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페이스북 글 중에 이 말을 나는 더욱 잊고 싶지 않다.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없는 막말을 반드시 심판하려면 해당 정치인을, 스스로 원했듯이 잊지 않아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직도 그 못된 막말 때문에 내 가슴 속에서 화염이 들끓는다.
2019년 4월 25일 제111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