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더라도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가 빵집 아닐까. 우리 집 주변에도 여러 빵집들이 성업 중이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저마다 색다른 전략 하나쯤 내세운다. 우리 밀을 내세우는 빵집은 가격대가 비교적 센 편이다. 파티쉐(patissie)의 유명세를 내세우는 곳도 대개 맛과 질의 차별화를 부르짖으며 가격 우위를 선점한다.
높은 인지도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앞세운 데는 숫제 배짱장사의 만용도 부려본다. 그럴 만도 하다. 브랜드 인근 빵집들의 간판들이 이미 여럿 갈렸으니. 언젠가부터 내 발걸음을 줄곧 유혹해오는 동네빵집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는 물론 둘째까지 그 집을 들락날락거렸다. 둘 다 제 입맛을 당기는 빵이 있기는 했다. 아내는 팥 크림빵, 둘째는 야채나감자 고르케, 소시지 빵에 이끌렸다. 무엇보다 우리 셋은 퇴근 무렵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렬에 미혹되기도 했다.
다른 빵집들과는 달리 바글바글빵 고르는 값싼 행렬에 시선뺏겨 자신도 모르게 콧속으로 달콤 고소한 냄새를 들이마시며 들어서고 만다. 늘 맘 편했던 그 빵집이 어느 날 나를 불편하게 했다. 빵을 수북이 골라 담아 계산대 앞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내 눈앞에 공고문이 하나가 들어왔다.
빵값을 올린다는 안내문이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요새 뭐든 가격 오르지 않는 물건들이 있을까. 금방 수긍하려던 나는 빵값을 올리려는 주인장의 변명에 살살 부아가 치밀었다. 최저임금과 재료비 인상 탓이라고 했다. 자신은 전혀 올리고 싶지 않은데 최저임금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고객 여러분으로부터 빵값을 올려 받게 됐다고 읍소했다.
빵 한 개의 가격 구성에 최저임금, 식자재비, 임대료 등의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빵 종류마다 한개 얼마씩 올렸다는 구체적인 인상내역도 물론 없었다. 그냥 최저임금 때문에 빵값 올렸으니 고객들의 넓을 양해 바란다는 일방통고 아닌가. 짜증났다. 값싸고 맛있어서 가성비 최고였던, 나름 양심적이고 서민적인(?) 빵집이라 여겼으나아니었던 거다.
결국 빵값 인상의 주범으로 건물 임대료보다는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그 속셈에서 얄팍한 상술의 단내를 느끼고 말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직원도 줄였는지 계산대는 더욱 붐볐다.
최저임금 올랐다고 직원 줄였으면 됐지, 빵값은 도대체 왜 올리나. 단내에 이끌려도 다시는 그 빵집을 예전의 기분으로 다가서진 못할듯하다.
[2019년 2월 25일 제109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