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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개성공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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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토로였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놓은 개성공단이 북한 핵개발 자금줄이었다는 지독한왜곡 앞에 10년 동안 벙어리 냉가슴이었을 그의 심정을 알 듯했다.


개성공업 지구지원 재단 김진향 이사장. 그는 자신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 제목처럼‘개성공단 사람들’이다. 공단 시작도, 폐쇄 이후 재가동 문제가 그의 손끝에서 이뤄지고 있으니까.


개성공단 전도사답게 9일 부산시청에서 마련된 그린닥터스 세미나(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과 지방정부 역할) 기조연을 통해 그는 ‘개성공단을 보면 평화와 통일이보인다’는 얘기로 말문을 텄다. 응어리진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듯 그의 목소리에 유달리 힘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개성공단이 퍼주기라고 정치공세를 펴온 보수텃밭인 부산 시민들 앞이라서 더 그랬을까. 개성공단은 북의 요구로 추진된 게 아니라 경제논리를 앞세운 우리 측 요청을 북측이 받아들여서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보수정파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설명하려고 그동안 꽁꽁 숨겨져 왔던 참여정부 시절 개성공단 일화들을 털어놨다. 처음 개성공단 노동자 한 사람 임금은 우리 돈 기준으로 월 5만. 야근수당을 합쳐도 기껏 6만 3천원 선이었다.


남북당국자들이 이 임금을 합의하기 전 우리 입주기업 측에 노동자 희망급여를 물어 봤 다 . 그 들 이 제 시 한 건 월200∼250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0만~25만원이었다. 북측은 거의 5분의1 수준에서 합의했다.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협상은 매년 7월. 2005년 첫 임금 인상 협상을 앞두고 남측 입주기업들은 국내산업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수준과상대적으로 개인공단의 저임금 등을 고려해 연 5% 인상안을 북측 당국에 제시했다.


일단 미끼로 최저안부터 제시했던 것. 더 요구해도 일정 부분 들어줄 요량이었다. 북측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2007년 7월까지 3년간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왔다. 막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기업별로 상당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회사 사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는 거다.


이후 개성공단 북한근로자들은 2007년부터 매년 임금을 올려 문닫을 땐 13만~15만의 월급을 받았단다. 이 수준이면 동남아인 한명 고용하는 비용으로 북한 근로자 15명을 쓸 수 있는 셈이다. ‘개성공단사람’ 김진향 이사장은 이날 ‘단언컨대’ 개성공단이 결코 북측에 퍼주기로 폄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함께 해온 개성공단에서의 14년이라는 시간은 ‘미리 체험해본 우리나라 통일의 미래 모습’이라고 했다. 2005년부터 2012년 말까지 8년간 개성공단에서 개성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해온, 또 다른‘개성공단 사람’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얘기하던‘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의 해방구’라는 주장과 김진향 이사장의 말이 빼닮았다.

[2018824일 제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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