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제주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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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유엔(UN, 국제연합)’이라는 국제기구를 배웠다. 어린 마음에 평화의지킴이였다. 한국전쟁의 참화로부터 구원해준 것도 유엔군이라고 윗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듣고 자랐다. 중학교 때까지 유엔데이(10월24일)라는 법정공휴일까지 지정돼 있었다.


해마다 그 날 언저리에 어린 학생들은 유엔의 존재를 되새겼다. 그러다보니 유엔과 관련된 수많은 국제기구들의 이름과 역할도 줄줄 외고 다닐 정도였다. ‘미영불중소’로 구성된 안전보장이사회, 이 기구가 대장 격이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리나라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라는 기구를 통해 원조를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도 ‘운크라’라는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ited Nations KoreanReconstruction Agency)이 기억속에 생생하다.


한국전쟁으로 붕괴된 한국경제를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재건사업이 이 기구의 구성 목적. 한마디로 구세주 역할이었다. 인천판유리공장, 문경시멘트공장, 국립의료원 등 한국의 주요 산업시설과 의료시설들이 운크라의 원조로 이뤄졌다.


한마디로 온 국민들이 전쟁 난민이었었던 대한민국의 구세주 구실을 톡톡히 했다고 들었다 유엔의 역할이 예전 같진않다. 국가들마다 추구하는 이익들이 다양해지면서 같은 목소리로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러니 여러 사정으로 난민들이 속출해도 옛날 우리처럼 체계적으로 도움 받기는커녕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나라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들의 지원을 두고 국내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니, 속이 아리다. 그들을 테러 위험요소를 받아들이고 있다 해서 더더욱.


며칠 전 페이스북의 게시 글이 떠오른다. 한 정치인은 난민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제주도 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해서 테러위협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했다.


또 언론사 한 후배는 제주 난민들을 부산으로 모셔오자고 했다. ‘부산시민들 다수는 원래 (한국전쟁) 난민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왜관을 열어 일본인들을 관리한 적이 있으며, 국제항구로서 개방성이 큰 곳이니 예멘 난민뿐만 아니라 여러 난민들을 받아들여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면서 노동력도 확보하자’고 하면서.


두 게시 글에는 각각 지지하는댓글들이 뒤따랐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민들도 예멘 난민들처럼 이웃나라들을 떠돌아 다녔을 텐데, 그 슬프고 아픈 역사는 잊지 말았으면, 예멘 아이들도 유엔을 구세주로 기억하게 했으면 좋겠다.


[2018727일 제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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