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전동 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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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파트단지 앞 인도에 전동 킥보드 한대가 동그마니 세워져 있다. 누군가 전날 저녁 공유 킥보드를 타고 언덕배기 아파트까지 타고 왔던 모양이다. 길 한쪽에 반듯이 서 있는 품위에서 탔던 이의 도덕이 엿보인다.

요즘 집 주변에서 전동 킥보드를 흔히 본다.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기가 일쑤다. 인도를 가로막은채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골목길 전봇대 옆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더미에 드러누운, 양심 빠진 전동 킥보드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언젠가부터 관할구청에서 출퇴근길 직장인들과 등하굣길 학생들의 지친 귀가 걸음을 조금이라도 응원하려고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옆에 공유 전동킥보드를 갖다 뒀단다.

디지털세대에 걸맞은 쌈박한 아이디어여서 전혀 이용하지 않는, 그럴 생각도 못하는 나까지 반가웠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길바닥이나 으슥한 골목 구석진 곳에서 함부로 널브러진 전동 킥보드를 보면 왠지 씁쓰레해진다. 공동체에 대한 배려심은 여전히 아날로그시대가 더 그리웠으니까. 전동 킥보드는 종종 내 퇴근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가뜩이나 보행로 옆에서 씽씽 달리는 자전거에 몸이 오싹오싹 했던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이젠 그도 모자라서 그 자전거 길에 전동킥보드 행렬까지 끼어든 거다. 헬멧 쓴 자전거족과는 달리 안전장구는 전혀 착용하지 않은 킥보드족은 자전거와 경주하듯 질주한다. 두 귀엔 블루투스로 꽉 막아 외부의 소리를 일절 차단했다.

그들은 스마트폰 속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군데군데 천장 낮은 굴다리를 지나가는 킥보드족들을 지켜보는 내가 외려 조마조마하다. 이런 전동 킥보드족들로선 바로 옆 산책로에서 걷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안전은 어찌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을까. 전동 킥보드 족들의 안전과, 그 곁에서 산책하는 내 안전까지 한꺼번에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될 모양이다.

이달 중순부터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면허를 가져야 하고, 탈 때는 헬멧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갖춰야 한단다. 하나 더 바란다면, 공유 전동킥보드를 사용한 뒤에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내팽개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양심을 버리는일이니까.

 

[2021521일 제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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