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연간 200만여 명이 천연두로 숨졌다. 1978년 영국의 한 실험실에서 감염된 2명의 환자를 끝으로 환자 발생보고가 없다. 인간이 이무서운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은 제너가 발견한 우두법(牛痘法) 덕분이다.
18세기말 영국의 시골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젖 짜는 여성들이 우두(牛痘)를 앓고 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1796년 5월 에드워드 제너는 손가락에 우두를 금방 앓아 상처가 있는 세어러 네머스라는 목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를 발견했다. 5월 14일 제너는 세어러의 상처에서 뽑은 물질을 제임스 핍스라는 8세 소년에게 접종했고, 이 소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열이 나고 약간의 병변이 나타났다.
7월 1일 제너는 그 소년에게 이번에는 천연두 물질을 다시 접종했는데 아무런 병도 생기지 않았으며 완전히 병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 제너는 1797년 영국왕립학회에 그의 실험결과를 설명한 짧은 ‘천연두 접종’ 논문을 제출 했으나 거부당했다. 제너의 예방접종법은 관련학회는 물론 당장 감염예방이 절실한 사람들마저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시중에는 ‘우두를 접종하면 소가 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던 거다.
코로나 팬데믹 2년을 맞아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과학의 발달로 엄청나게 빨리 예방백신이 개발됐고, 나라마다 접종이 시작됐지만 근거 없는 낭설이 사람들에게 백신을 거부하게 한다. ‘물백신’이라느니, ‘코로나 접종하면 치매에 걸린다’다느니. 특히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뇌를 조종당한다’는 주장엔 아연실색하게 한다. 일부 백신 음모론자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빌 게이츠가 되레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거나 위치를추적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기 위해 전염병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여 년 전에 ‘우두를 맞으면 소가된다’는 주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얼토당토않지만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단다. 오죽했으면 그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 빌 게이츠의 딸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는 ‘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슬프게도 천재 아버지를 내 뇌에 이식하지 못했다. ’는 반어법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을까. 또 다시 200년 뒤, 오늘날의 코로나백신 음모론자들을 후대는 어떻게 평할까
[2021년 3월 26일 제131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