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아파트 앞 식당가가 북적거린다. 목 좋은 골목 사거리 고기 집에는 차라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꽉 찼다. 그들은 고기 안주와 함께 부딪힌 술잔을 들이킬 때마다 파안대소, 시끌벅적하다.
불판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손님들이 내뿜은 비말이 뒤섞여, 창밖에서 쳐다보는 겁쟁이 나만 아슬아슬하다. 식당가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일부 식당처럼 손님들이 북적대지는 않지만 홀 안에서는 나름 테이블을 건너뛰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어떤 식당엔 한쪽 방향 일렬로 죽 앉은 손님들 모습이 내 얼굴에서 웃음기를 머금게 한다. 식당의 활기찬 불빛이 근처 자영업자 업장에까지 밝은 희망을 비춘다. 울룩불룩 압도적인 머슬을 자랑 하는 헬스장 간판 불빛의 휘황찬란함에 처음 꿈꿨던 성공의 야망이 다시 눈부시다.
옷가게, 과일가게, 커피전문점, 정육점, 반찬가게, 횟집, 돼지국밥집, 편의점, 소형 마트, 미용실, 치킨집. 아파트 입구 자영업자들의 가게에서 환히 비쳐지는 희망의불빛에 초저녁 내린 달빛이 눈부셔하면서 자꾸 눈을 비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풀꺾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업종별로 제법 완화됐다. 식당처럼 홀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되는 데엔 이런 초저녁 손님들이 몰리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파리만 날리던 자영업 사장님들이야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 맞아 긴 시간 함께 정을 나누고 싶겠지만 아직 때가 이르다.
코로나는 여전히 삶을 공포로지배하고 있다. 배달통을 실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역주행할 만큼 삶이 짓밟히면서 공동체의 갈등에 극을 치닫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코로나 백신 이전에 공동체를 위한 배려의 백신부터 접종해서 사회통합의 면역을 강화시켜야 할 때이다.
[2021년 1월 29일 제130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