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코로나 19 백신 접종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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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개발이 현실화 되면서 나라마다 확보전이 치열하다. 초기 수량이 제한적이다보니 제 나라 국민에게 먼저 맞히려는 속셈에서다. 돈 많은 선진국들은 수천만 명분에서 수억명분 치를 계약했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못사는 나라들도 그냥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다.

백신을 모든 인류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게 할 국제질서는 진즉에 무너졌다. 일부 저개발국가들은 국익포기는 물론 자존심마저 굽힌 채 백신을 다량 확보해둔 강대국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민다. 오래된 국경분쟁도 코로나 19 백신 앞에선 한낱 사치스런 논쟁일 뿐이다.

백신분쟁이 어찌 국제문제로만 그칠까. 전 국민을 맞힐 수 있는 분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나라마다 그 접종순위를 매겨야만 한다. 저마다 우선접종을 요구할 거다. 직업군으로 따지자면 의료인이 가장 우선 접종대상이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터. 이미 그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인들의 헌신과 필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순위를 두고는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약자인 아이들과 노인들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이 역시 반대논리에 부닥칠 거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떨어지니 좀 늦게 맞아도 된다고할 거다. 노인들은 치명률이 높지만 남아있는 삶이 많지 않으니 더 오래 살아야할 젊은이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반대주장이 끼어든다.

기업인들은 당장 먹고살기 힘들다면 코로나 백신인들 무슨 대수냐며 경제를 책임지고 운용하는 자신들이 우선접종해야 한다고 할 테고, 노동자들은 그들대로 경제를 돌게 하는 건 산업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라면서 먼저 백신을 맞게 해달라고 시위라도 벌일지 모른
다.
감염병 방역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의료인 못지않게 공무원들이 우선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을 터이다.

그 아귀다툼의 틈새로 돈과 권력이 슬그머니 끼어들면서 코로나 19 백신을 몰래 빼돌려 먼저 맞으려 한 악행(?)들이 세상에 폭로되는 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국민이 백신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자랑스러웠던 K-방역의 성공신화가 백신우선접종 다툼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국민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까 두렵다.

코로나 19 백신 개발을 앞두고 우리도 접종에 대한 우선순위 문제를 고려해야 할 때 아닌가. 코로나 19 백신을 국민 전체의 10% 분량만 확보했다면 누구부터 맞혀야 할까. 병원에서 일하는 내게도 기회가 주어질까. 출근길 지하철 속에서 이런 망상을 하는 일이 잦아진다.

며칠 전 미국은 의료진, 국가안보등에 관련한 필수노동자, 고령층·장기요양시설 거주자·기저질환 보유자 등 고위험인구 순으로 백신의 우선 접종 순위를 매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087일 제1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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