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통학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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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낯설었다. 하도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어서 그랬을까. 출근시간대 아파트단지 앞 도로변에 버스가 한대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등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파트에서 무거운 책가방 둘러멘 학생들이 뛰쳐나온다.

허둥대는 모습이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미처 채 입지 못한 채 한 손에 움켜쥔 교복 윗도리,○○아! 엄마의 외침이 허둥대는 아이의 뒤통수를 황급히 뒤쫓는다. 아이는 아랑곳 않고 도로변 버스 쪽으로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인근 고등학교 통학버스였다. 조금씩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다만 가벼워진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거의 가린 마스크가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산책길에 나선 어르신들도, 서두르는 직장인들도, 통학버스에 오르는 아이들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직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엔 이른 듯하다. 아침거리가 여전히 한산하니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과 그 곁을 보디가드처럼 지키고 함께 걷는 엄마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벼워진 공기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듯해서 답답하다.

카톡 단체대화방에는 여전히 여러 대면모임들이 기약 없이 연기한다는 공지사항들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만나자면서. 감염병 전문가들은 “더 이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코로나 19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는 없다.

요즘 들어 자꾸 영화 ‘컨테이전(Contagion)’의 엔딩 장면이 떠오른다. 박쥐가 먹다 남은 바나나를 돼지가 먹는다. 이 돼지를 요리하던 요리사가 감염되고, 이 요리사와 악수를 하게 된 주인공 기네스펠트로가 감염이 되었다는 장면을 내레이션 없이 화면으로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 메시지도 지금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걸 시사한다.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통학버스 한대’로 다시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어 서는 안 되겠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 듯하다.

[202065일 제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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