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안전망 보강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초 국민의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어차피 복지차원이 아닌, 특수한 재난차원에서 지원되는 만큼 전체 국민들에게 주는 게 더 정의롭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는 전주민을 대상으로 재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주민의 고통을 분담하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내가 사는 금정구청에서는 선불카드 형식으로 구민 1인당 5만원씩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시기는 의회와 협의하여 결정할 것이란다. 우리 집은 얼마일까. 4인 가족이니 20만원? 아니면 큰애가 도쿄에서 생활하니 3명에 해당하는 15만원? 나중에 지급신청 할 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한 긴급 재난지원금은 우리나라 국민들만 받는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미국 국민들에게 1인당 1천 달러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일본 아베총리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엔씩 주겠다고 했다. 도시 봉쇄 등으로 무너져버린 국민들의 생계를 조금이라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챙겨주려는 목적이다.
어느 나라든 지급대상은 ‘국민’으로 제한한다. 도쿄의 내 아이는 일본정부로부터 10만 엔을 받을 처지가 못 된다. 그가 비록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사회보장비용도 지불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 19로 인한 긴급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는 배제된다. 외국인이니까.
큰애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배제되는 걸까.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 것이지? 각국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통해서 지독한 민족주의 출현을 목격한다. 코로나 19가 무너뜨린 자본주의 자리에 이미 용도 폐기된 민족주의가 득세할까 걱정스럽다. 도쿄 큰애의 긴급 재난지원금은 아내가 지급할 모양이다.
[2020년 4월 24일 제123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