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기침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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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모처럼 마스크를 벗었다. 감기에서 벗어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또 하나, 안경 낀 사람에게 마스크는 숫제 가뜩이나 흐릿해지는 늙은 두눈동자에 뿌연 성에를 끼얹고 사는 셈이니 얼마나 불편하겠나.

지하철역을 두세 곳 지났을즈음, 갑자기 목과 코가 간질간질. 재채기가 목안에서 바깥으로 탈출하려고 아우성이었다. 급히 호주머니 속 마스크를 더듬었다. 양복 겉에 두꺼운 외투까지 껴입은지라 얼른 손에 마스크가 잡히지 않았다. 콜록, 콜록! 결국 터지고 말았다. 

내 주변에서 서있거나 앉아있던 승객들이 저마다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또 다시 코가 간질간질, 기침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했다. 잘 여며진 양복 재킷을 재빨리 풀어헤쳐 옷깃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침을 연신 토해냈다.

콜록, 콜록! 겨우 마스크를 찾아내 두 귀에 걸쳤다. 서너 번 더 콜록거렸더니 조금씩 코나 목의 아우성이 잦아들었다. 설마 내 기침이 전파하진 않았을 터. 내 앞에 서있던 젊은이가 내심 꾹 눌러 참았던 재채기를 끝내 터뜨리고만다. 그의 침방울들이 내 머리 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리는 듯해 기분 언짢아졌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에이, 소매로라도 좀 가리고 콜록거리지, 예의 없이….그때 한 얼굴이 떠올랐다. 대한결핵협회 회장으로 일했던 정근 원장이다. 그가 협회장으로 있던 3년 동안 바이러스 감염증이 크게 유행했고, 국민들을 상대로 손 씻기와 기침예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손 씻기와 기침예절을 그때 그에게서 처음 배웠다.

대충 수도꼭지 틀어서 흐르는 물을 묻히듯 씻기를 끝내고 마는 오래된 버릇이 대한결핵협회의 손 씻기 요령으로 금방 대체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 기침예절 역시 그렇다. 그냥 소매나 옷깃으로 가리지 않고 기침을 토해내던 게 나 아니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지만, 의사인 정근 원장은 맨얼굴로 진료보기를 고집한다.

건강하고 감염되지 않는 의사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환자가 더 불안해한다면서. 그런그도 기침할 때는 반드시 소매나 양복 깃 속으로 얼굴을 가린채 콜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환자 외에는 일반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 데에는 한미 간의 문화 차이 때문이란다. 

미국인은 기침을 할 때 휴지와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기침예절 문화가 보편적으로 퍼져있다는 거다. 기침예절, 앞으로 창궐하는 바이러스 감염병 시대를 맞아 손 씻기와 함께 결코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개인위생관리 수칙 아닐까.


[2020224일 제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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