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월남전에 참가한 집안 아재로부터 처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듣게 됐다. 사람 외모뿐만 아니라 전쟁 중인 베트남의 참상까지 보태져 첫 이미지는 ‘꾀죄죄하다’는 거였다.
이 첫 이미지가 내 안에 ‘베트남=미개한 나라’로 낙인찍었다. 훗날 2009년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대원들을 따라서 ‘꾀죄죄한’ 베트남의 최대도시 호치민을 방문했다. 도로를 꽉 매운 오토바이에 놀랐고, 그 역동성에 조금은 위기감도 들었다. 특히, 우리를 안내하던 한국인 가이드의 한 마디에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도 생뚱맞은 주장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조만간에 베트남이 한국을 능가할지도 모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인합니다. 왜냐하면 베트남 국민의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이라는 점, 인구가 1억에 달한다는 점, 사람들이 손재주 많고 부지런하다는 점.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아시아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며칠 전 텔레비전을 통해 베트남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10여 년 전 가이드의 말이 현실화되는 듯해서다. 전 세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8%를 기록했단다. 중국을 대신해서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등 여러 나라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과의 교역량도 영국을 제치고 7위까지 치고 올라갔단다. 여전히 베트남 전체인구 중 절반이 35세 미만이고, 인구 4명 중 1명꼴로 15세 미만이란다. 한 해 100만 명 넘는 신생아들이 태어나고 있다니, 출산율 제로로 치닫는 우리나라로서는 ‘젊은 베트남’이 부러울 수밖에.
합계출산율이 채 1명도 되지 않고, 국민 평균나이도 40대 중반인 대한민국. 저 출산에 젊은이들의 결혼기피까지 겹쳐 20년 후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며칠 전 전봇대에 나붙은 국제결혼 홍보 포스터에서 어느새 ‘베트남’이 빠진 걸 비로소 알게 됐다. 나라 곳곳에 ‘베트남 여성 결혼’ 포스터로 도배질된 자리에 ‘북한’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잘살게 된 베트남의 여성들이 더 이상 결혼이민을 원하지 않아서일까. 나라 경제에서 인구가 차지하는 튼 비중을 새삼 절감하는 요즘이다. ‘노인 대한민국’을 부양해야 할 후대들이 걱정스럽다.
[2023년 2월 28일 152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