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푹 빠졌다.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다. 매주 2회 분량씩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를 통해 공개되는 탓에 기다림이 감질나기조차 하다. 한밤중에도 텔레비전을 켜서는 새로운 회차가 업데이트됐는지 확인하곤 한다.
주인공 우영우는 비록 자폐스펙트럼을 가졌지만,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덕분에 대형 로펌 변호사로 취업한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래’에 집착하는 우영우는 출근 첫날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빌딩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해프닝을 일으킨다. 동료변호사들이나 법정에서도 그의 장애를 비웃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우영우라는 캐릭터에게 회를 거듭할수록 나는 빠져든다.
드라마 ‘우영우’의 인기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케이블채널 ENA를 통해 방송되는 5회차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9.1%를 찍었단다. 다들 자폐인 우영우 변호사의 좌충우돌 성공기에 취한 듯하다. 이 드라마가 자폐증에 대한 우리사회의 왜곡된 인식구조를 깨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하는데 병원 로비가 시끄러웠다. 누군가가 날카로운 돌고래 목청으로 고함질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진료 받으러 온 자폐 청년이었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어쩔 줄 몰라해하는 그는 괴성을 멈추지 않았고, 외래진료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괴성을 뚫고 파고드는 우영우 변호사의 대사가 나를 움찔하게 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들은 똑같은 ‘사람’ 아닌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리는 그의 성공기에만 취하지 말고, ‘보편적인 인권’ 문제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자폐청년이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현관문을 나선다. 난감해하고 미안해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2022년 7월 22일 146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