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01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배달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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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가족외식을 하려다 포기했다. 퇴근길 아파트 앞 식당들은 문전성시였다. 코로나 방역완화 조치가 이들을 불러들인 모양이다. 비록 가족 모두 확진 덕분에(?) 슈퍼항체를 갖고 있긴 해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기엔 코로나 염려를 가벼이 여길 순 없는 상황 아닌가.

결국 식당 순례만 하다가 집에서 배달시켰다. 금방 집에 배달된 생선초밥은 냉장고 속에서 오래 묵힌 듯해 보였다. 초밥 하나를 집어 조심스레 입에 넣고 먹었다. 약간 퍽퍽한 느낌이다. 일식당에서 먹었을 때처럼 입에 찰싹 달라붙듯 풍미를 느낄 수 없었다. 미세하지만 초밥이 머금고 있던 수분 차이인가.

배달되는 동안 초밥의 풍미를 보듬고 있던 수분이 살짝 날아갔을 테고, 이게 커다란 맛의 차이로 이어진 것인가. 부산 유명 맛 집으로 알려진 식당이었지만, 별로 까다롭지 않은 내 입맛조차 사로잡지 못했다. 배달된 탓에.

배달음식은 허기로 때워야지 구미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배달음식의 원조랄까. 자장면이 그러잖은가. 밀가루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나는 휴일 집에서 칼국수나 일본라면도 이따금 배달시킨다. 언제나 기대했던 맛은 아니다.

퉁퉁 불어터진 면발, 게다가 배달되는 사이 국물까지 잔뜩 배여 들어 어찌나 짠지. 면발이 불까 면 따로 국물 따로 배달되는 식당도 있지만 이 또한 식어버린 국물 탓에 식당에서 가졌던, 칼국수나 라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는 없다.

코로나 시대 거의 대부분의 식당들이 배달주문을 받고 있다. 깐깐한 방역조치로 식당 운영이 어려워져 고육지책으로 배달주문에 의존했던 거다. 다만, 몇몇 맛집들은 여전히 음식배달을 거절하고 있다. 배달되는 동안 본연의 맛을 잃은 음식 탓에 맛집명성에 누가 될 거라 여겨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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