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으로 치달으면서 소매 길이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노출되는 신체부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요즘 몸에 문신을 한 이들이 많다. 주로 젊은이들이 팔이나 다리, 목덜미 등에 여러 문양을 새겼다. 굳이 남녀 구분이 필요치 않다.
여성들의 여린 몸에도 팔다리나 등, 목덜미를 가리지 않고 문신에 새겨져 있다. 과거 문신을 새겼던 이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다들 곱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옛날엔 몸에 문신을 한 이들은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깡패나 건달, 양아치로 불리는 불량기 많은 이들의 비표 같은 게 문신이었다.
그 시절엔 문신한 이들은 기피대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땐 엄청난 긴장감에 휩싸였다. 자주 마주치는 장소가 공중목욕탕. 어느 날 다섯 살 큰애를 데리고 집 근처 목욕탕에 갔다. 손님은 우리 부자를 포함해 대여섯 뿐이었다. 부자는 몸을 간단히 씻고 온탕에 들어갔다. 사달이 난 건 그때였다.
이미 탕 속에 들어가 있던 이의 몸에 ‘꿈틀거리는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신기한 큰애가 어린 손으로 문신을 만지고 문질렀다. ‘문신’이 꿈틀하는 순간 험상궂은 얼굴로 아이를 째려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오금이 저려왔다. 아이를 얼른 안고 탕 밖으로 나왔다. “아빠, 저 그림 너무 예뻐! 나도 해줘!” 나는 그날 목욕을 하는 둥 마는 둥 거기서 나와야 했다.
다시 ‘문신’과 마주칠까 두려워서. ‘문신’이 아닌, ‘타투(Tatoo)’로 다시 등장한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용이나 예술적표현 목적’으로 폭넓게 유행하고 있다. 타투 시술 자체가 의료법 위반행위여서 아예 차제에 합법화하자고 ‘타투업법’ 제정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등장했다단다. 격세지감이다. ‘타투’를 ‘문신’으로 바라보는 나는 여전히 꼰대이고 싶다.
[2021년 7월 30일 제135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