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30일

데스크 칼럼

세모(歲暮)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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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강원도 일부지역은 영하 20도가 넘을 정도로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날씨만큼 사회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른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의 시대, 기업도 샐러리맨도 부자도 서민도 하나같이 힘들다 아우성이다.

 

연말연시면 따뜻한 후원의 손길도 넘쳐나 여기저기 미담이 쏟아지던 것도 이제 예전. 3고와 함께 몇 해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부진이 일상을 위협하고 삶의 위축은 남을 돌아볼 여유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나마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으로 우리 사회에 적잖은 기여를 해온 기업들마저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물가인상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마저 껑충 뛰어오르고, 환율이 올라 수입하는데 비용도 더 들어가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테다. 당장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도 매 한가지다. 대출 이자율 상승에,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기름 값에, 야금야금 생필품 값도 올라 힘든 시절을 나고 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지구의 어느 한쪽에선 난폭한 총성이 여전하고, 이 시간에도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현지 여성실내악단이 한국을 방문해 부산을 비롯해 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가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연주하던 동료가 출근길에 총을 맞아 유명을 달리하고 또 어떤 단원은 전쟁터로 나가 싸우다 전사하기도 한, 전쟁의 참상을 전하며 평화기원 콘서트를 가졌다. 이들은 평소 우애를 다져온 부산여성실내악단 김영근지휘자의 안내로 전국 순회 연주를 갖고 지구촌의 전쟁 종식과 그보다 먼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염원하며 짠한 여운을 남겼다.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피날레는 참석한 연주자들이 함께 나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몇 초간 엄숙한 퍼포먼스를 갖기도 했다. 참석자 모두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당장 이들은 신3고보다 더 무서운 게 전쟁임을 알렸다.

다시 우리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정부의 초강력 대응으로 다행히 16일 만에 종식되긴 했지만, 화물연대의 노조파업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현실을 바로 읽지 못한 어리석은 투쟁 끝은 결국 얻은 건 없고 노조도 국가도 모두 손실만 가져오는데 그쳤다.

정치권은 또 어떤가. 어느 하나 도출되는 상생 협안은 없고 안건마다 마찰과 분쟁이다. 끝간데 없는 정쟁으로 국민은 안중에 없다. 투쟁 전쟁 분쟁 정쟁... 싸움의 뒤끝 피해자는 언제나 선량한 국민들이다.

힘겨운 노동현장의 노동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건 마땅하고 권익 또한 보장받아야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가 되기 마련이다. 불교에서는 탐진치가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 하지 않았는가. 더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들의 집단행동은 욕심과 이기로 비춰질 수도 있었음이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때 사회적 거대한 들불을 지핀 그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적 공감을 사기도 어려웠다.

세밑세모 너나할 것 없이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위드코로나의 시대 신3고와 함께 닥친 겨울이 비록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할지라도 가슴 속 따뜻한 사랑만은 식지 않기를 바란다. 이웃을 향한, 나라에 대한,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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