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다. 지구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린 코로나19펜데믹보다 훨씬 끔찍하고 큰충격을 안겨주고있는 아프간 사태는 국제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무능한 통치자와 부패한 정부의 말로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면서 전쟁이 얼마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지 아프간 사태가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선포이후 지난 20여년간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군에 막대한 지원을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에 불과하자 국제사회의 재고요청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철수를 단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군철수가 진행되자 아프간대통령은 자국민은 아랑곳 않고 돈 보따리를 챙겨 혼자 도주하기에 바빴고 탈레반이 장악하자 국민들의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하늘을 날아 탈레반을 피하고 싶었던 아프간 난민들은 높은 공중에서 한 점 먼지가 되어 추락하는 모습은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며 여성 인권을 극단적으로 탄압해 왔던 악명높은 탈레반이 장악하자 가장 두려워해온 사람들도바로 여성들.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떨고있는 아프간 여성들은 아예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광고판의 여성모습조차 무차별훼손되고 있다. 실제 히잡을 쓰지않고 외출하거나 신체일부가 보이는 옷이나 샌들차림의 여성들은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사상을 당하기도 해 현지여성들의 공포는 극도로 치닫고 있다.
당초 탈레반은 여론을 의식해 ‘히잡’만 쓰면 여성들의 일자리와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여성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를 내세워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도 막아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은 다시 20여 년 전의 더 극한의 상황으로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아요. 우리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천천히 사라져 가겠죠." 실익만을 챙기는 세계 열강의 잔인한 뒷모습은 아프간 소녀의 외침과 전 세계 여성들의 인권탄압 중단 요청이 쇄도해도 산속메아리처럼 한없이 공허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올 4월기준) 아프간 내전으로 인해 사망한 민간인은 약 7만 여명. 특히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어린이와 여성이고 공포 통치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40만 난민의 80%가 여성들이며 지난 2012년 이후 500만 명이 고향을 잃고 타지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수라장 그자체인 혼돈의 아프간 상황속에서도 가장 용감하게 맞선 이들은 여성들이었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여성들은 끊임없이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총으로 무장한 탈레반 앞에서 용감하게 시위해온 사람들도 여성들이었다.
탈레반이 몰려오자 대통령도 달아나기 바빴지만, 여성인 랑기나 하미디 교육부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나라의 위기 상황에 누구보다 큰 용기를 낸 사람들은 여성들이었다. 여성인권탄압이 종식되는그날까지 아프간의 진정한 승자는 여성들임을...
[2021년 8월 27일 제136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