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출범 한 달 만에 의원들의 입법 발의 건수가 1천여 건을 넘겼다고 한다. 국가발전을 견인할 여야협치와 국회의 정상화는 요원한 가운데, 입법기관의 역할자답게 의원들의 입법 발의 의욕은 넘치다 못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법안건수는 2만4천여 건. 그러나 처리율은 37.8%에 지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초기 추세를 감안해볼 때 21대 총 법안 건수는 3만 여건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제는 얼마나 실효성 있는 법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임기 4년 안에 그 많은 법안들을 다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 17대부터 국회법안 건수와 처리 비율을 보면 매번 입안 건수는 갈수록 증가했으나 처리율은 17대 57.7%, 18대 54%, 19대 44.9%, 20대 37.8% 수준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의원들의 법안 발의 실적건수 쌓기 때문이다. 4년의 한정된 기간 남발되는 법안이 늘수록 처리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내실없는 법안 발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평가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과 국가에 얼마나 유익한 법안인지, 통과된 법안인지, 실효성이 있는지를 기준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원 개인당 지나친 입법 발의 건수를 막는 제한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절대 외면해서는 안될 주요 민생 법안들은 여야의 정치적 이익을 떠나 머리를 맞대 숙의하고 방망이를 두드려야한다.
이는 국민의 혈세로 일을 하며, 국민의 대변자로 역할을 위임받은 자들로서 마땅히 해야할 책임있는 자세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지역균형발전을 개선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법안이라면 검토해 볼만하겠지만, 국가발전을 위한 나라일보다 지역구 일에 더 급급해서는 안된다.
너무 작은 지역의 이기를 위해 입법 남발을 자제해야 정말 필요한 법안들이 검토되고 제정되는 기회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이번 국회는 의원 300명 가운데 57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의사결정구조의 임계치인 비율엔 미치지 못하지만, 여성과 약자들을 대변해줄 이들의 역할은 지역민원 챙기는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이 법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숱하게 반복 상정했던 여성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 무늬만 여성인 국회의원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여성문제의식과 전문성도 갖추어야 한다. 때때로 일부 여성의원들은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갖춘 남성의원만 못할 때도 있다.
국회 여성의원들의 비율이 조금씩 높아진 만큼 정책도 제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마구잡이식 법안 발의 남발보다 국민 절반의 여성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눈높이에서 연구하고 법안을 모색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하고 여성의원 공동의 숙제로 삼길 바란다.
[2020년 7월 3일 제125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