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승 원 편집고문
종래의 경제학은 토지 자본 노동력을 중심으로 이윤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던 만큼 1,2,3차 산업이 그 핵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산업 외에 문화산업이 그에 못지 않은 재화와 명성을 획득하는 사회가 되었다.
올림픽과 월드컵과 그리고 대규모 국제회의 같은 이벤트가 얼마나 인기리에, 얼마나 많은 재화를 몰고 오는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 한 편이 제작자에게는 물론, 그 나라에 벌어드리는 돈이 웬만한 거대기업보다 규모가 큰 경우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영화‘ 괴물’ 이나 ‘아반타’는 굴뚝 없는, 공해 없는 기업이상의 기업이다. 문화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문화경제학의 시대다.
세계인의 혼을 붙들어 맨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피겨스케이트의 여왕 김연아가 우리나라에 끌어드리는 이미지와 가치는 그 무슨 경제수단으로도 따라잡기 어렵다. 모태범 이상화 등 여타 메달리스트들의 기여도도 빼놓을 수 없다. 그 태풍 같은 마력을 단순계산법에 의한 경제적 가치만으로 따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일련의 국제행사나 축제에서의 승리와 성과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나아가서 국격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를 먼저 생각해야할 일들이다.
벌써 금메달의 가치를 원가계산으로 혹은 단순경제적 수치로 따져보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밴쿠버겨울올림픽 금메달은 순금 함유량 6g, 무게 500~576g, 제작비 500달러 한화로 약 58만원이라고 한다. 김연아가 몰고 오는 효과를 6조원으로 보는 계산이 나오지만 그렇게 단순한 수치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한 통계는 김연아효과는 국가 이미지 즉 국가브랜드를 0.5%정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2주간에 치러진 이번 밴쿠버겨울올리픽을 두고‘ 한국의 기적’이라고도 하고, 신화를 이루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골프의 박세리도 있고 역도의 장미란도 있다. 전적에 있어서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탁구도 있고 축구도 있고 농구도 있다.
또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한 적도 있는 나라다. 스포츠 뿐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는 곳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놀라운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문다면 그 금메달도 세월이 가고나면 한갓 추억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머물고 만다면 0.5%의 국가 브랜드도 무쇠덩어리 녹슬듯 사라지고 말 숟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 같은 신문은 김연아선수는 이미 백만장자가 아닌 천만장자가 되었다고 계산해냈지만 그것도 한순간 사라지고 말지도 모를 주머니 속의 현금에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영광을 국민이미지로 국가브랜드로 승화 시키는 노력이 따를 때 그 값은 엄청난 상승효과를 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영광은 이루어냈지만 그 영광을 우리의 체질과 경쟁력으로 키워나가는 지혜와 노력과 협력이 수반될 때 진정으로 국가브랜드는 0.5% 이상의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 누구는 넥타이나 T셔츠에 선 한 줄, 점 한 점 잘 긋고 찍어서 일확천금을 벌어드리고, 우리는 그 넥타이나 옷을 사 입지 못해서 안달을 부리는 사람도 많다. 누구는 구두 디자인으로, 또 누구는 핸드백 디자인으로 떼돈을 벌고 그 나라에서는 애국자로 추앙받지 않는가.
혼신의 경기를 마치고 시상대에 선 김연아선수가 웃음기어린 얼굴로 살짝 치켜든 500여g의 금메달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금메달의 배후에는 지옥훈련 같은 눈물 속에서 견뎌온 선수와 코치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잊지 않는다.
끝까지 칼을 갈고 닦아온 선수와 코치의 노력과 뒷밭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는 없다. 이 모두의 노력과 결실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고 국민전체의 몫이다.
[2010년 3월 10일 5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