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승 원 편집고문
부산사람들이 마시고 사는 수돗물에 비상이 걸렸다.
낙동강 오염사태는 한 두 번의 일이 아니지만이번에는 강바닥의 저층마저 크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대구 달성보에 이어 경남 함안보 공사현장에서도 오염퇴적층인 ‘오니토’ 가 나왔기 때문이다. 강바닥을 파다보니까 저층 퇴적토의 흙덩어리가 심각한 오염물질인 중금속과 기타 발암물질로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겨울철 갈수기에 준설이 계속되면 하류에 사는 사람들은 결국 이 물을 마시고 사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직접 취수해서 마시는 강물의 오염도가 문제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이번엔 강바닥의 저층 퇴적토까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불거져 나옴으로써 낙동강의 오염문제는 단순한 강물대책 이상의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결과라 하겠다.
부산의 상수원 오염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래의 자료를 보더라도 1991년의 페놀사태, 1994년의 암모니아 악취사건, 벤젠과 톨루엔 검출, 같은 해의 다이옥신과 트리할로메탄 검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검출, 2008년 페놀유출 사건 등 낙동강오염 사건은 해를 거르지 않고 반복 되어온 만성적 사건들이다. 오염에도 칵테일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 물질 저 물질이 합해지면 역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으로 한 가지 물질의 오염도 문제지만 이것저것 합치면 그때의 오염도는 폭발성을 갖는다는 증거다.
정부는 오염사고가 날 때마다 수질대책을 내놓으면서 요란하게 개선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수질오염의 원인인 유해배출업소에 대한 이전 신규공단 건설 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손대 대지 못한 채 방관상태에 있다.
낙동강 주변의 산업폐수 배출업소는 자그마치 7천2백 개와 특정 유해 화학물질 배출업소 880개라는 통계숫자가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고 있다.
경북 김천 구미에는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화학섬유업체 9곳이 버젓이 그런 물질을 낙동강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부산은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멀리 진주의 남강물을 끌어다가 사용할 계획이다. 남강댐 상류의 서부경남 지역주민들은 지금도 대로변에 <남강수위 높이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등 플래카드를 내걸고 결사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서울에서 부산경남과 같은 먹는 물 오염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떤 반을 보일것인가가 궁금하다. 서울의 한강 상수원 지역은 일찍이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유해배출업소를 타지역으로 이전했으며 나아가서는 신규공단 입주도 금지시키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은 4대강 살리기 이전의 명백한 지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전 나는 낙동강의 지류인 대구 염색공단이 있는 금호강엘 가본 적이 있다. 낙동강 취재반의 일원으로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염색공단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커먼 폐수는 물이 아니었다. 걸쭉해 보이는 것이 도저히 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일행과 함께 강변의 둑에서 물 가까이 내려가 보았을 때 강바닥은 흙도 뻘도 아니었다.
오염물질인 오니가 쌓이고 쌓여서 거품을 가득 품은 오염덩어리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 오염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 우리가 마시는 물이 된다는 사실에만 눈이 머물고 있었다.
강에는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강바닥에는 모래와 흙만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강바닥의 모래와 흙은 강물에 섞여 떠내려가는, 오염된 모든 것들을 끌어안아준다. 물이 휩쓸고 지나간 모래밭, 발자국도 나지 않은 순백의 모래밭이 무심코 존재하는 게 아니다. 물이 빠지고 나면 생물이 아닌 정물체인 것 같아 보이지만 물이 흐르고 있는 동안에는 꾸준한 생명체가 되어 살아난다. 모래알이 물살에 휘감기면서, 혹은 모래끼리 서로 부대끼면서 물에 섞여있는 불순물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그것이 모래알의 생명작용이다. 그래서 물은 흘러가도 오염된 모든 것은 강바닥에 남는다.
[2010년 2월 20일 4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