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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는 세상

‘인구론’은 개 짖는 소리

 
 
 배 승 원 편집고문 

 

 
 인구문제를 경제학의 주요 과목으로 만든 주인공은 영국의 토마스 말사스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식물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문제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책의 요지이다. 경제개발 시기인 60년대까지는 이 인구론을 금과옥조처럼 믿었고, 따라서 인구론은 경제학의 고전으로 통했다.

한때는 대학입시나 취직시험에서 인구론과 함께 국부론 사회계약론등과 저자를 줄긋기 하라는 문제가 빠지지 않고 출제될 정도였다.
 
 말사스가 인구론을 쓴 시기는 그의 나이 33세인 1798년,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이 뒤엉킨 혼란의 시기였고 동시에 영국은 흉년까지 겹쳐 극심한 곡물부족과 빈곤에서 허덕이던 때였다. 정부는 구빈법을 실시하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곤 실업 질병 곡물소동이 사회문제였다.
 
 유럽의 각 나라들은 인구증가야말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근원으로 판단, 계속 인구증가를 장려했다. 이런 배경에서 말사스는 인구억제론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의 계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0억의 인구증가 비율은 1-2-4-8-16-32-64-128-256의 비율로 늘어나는데 비해, 식물 곧 생활자료는 1-2-3-4-5-6-7-8-9의 비율로 증가하게 되어, 2세기 후의 인구와 생활 자료의 비율은 256대 9로 되며 3세기 후에는 4096대13이 되고 2천년후의 격차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60년대까지의 우리사회는 빈곤탈출 후진성극복이 지상과제였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어려웠고 가정의 식구는 넘쳐나고 있었다. 인구폭발이라고 생각했고 인구증가를 두려워했다. 거리에는 인구를 줄이자는 산아제한의 현수막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나아 잘 기르자> <잘 버는 자랑 말고 입 하나라도 줄이자> 아들딸을 적게 낳아서 잘 먹이고 잘 기르자고 외쳐댔다. 빵값까지 보태주면서 정관수술을 권장했고, 피임약이나 기구를 배급하듯 나눠주었다.

 그 사회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말았다. 인구증가를 폭탄보다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어느 새 인구감소야말로 폭탄보다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으리’ 였다. 마을 한복판에 텅 빈 놀이터를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 들인지가 얼마였던가를 탄식하게 되었고, 늙은이들만 쭈그리고 앉아서 졸고 있는 양지바른 언덕을 바라보는 유령사회나 다름없이 변해가고 있다.

 행정당국은 “아이를 낳도록 합시다.” “ 둘째부터는 우유값과 학자금을 주겠다.” “ 대학등록금을 주겠다” 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별의별 대책을 다 짜내면서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그 정도 가지고 출산율이 올라가리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졸렬한 착상이다. 마치 말사스가 식물의 증가량을 계산하면서 육종개발이나 재배 기술발전으로 인한 생산량의 증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또 말사스는 인구문제가 자연적인 출산만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인간의 행복의 척도가 많은 자녀와 오순도순 살아가는데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아무도 자녀를 단순히 옛날처럼 옷 입히고 밥만 먹이면 저절로 자라는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자녀가 생물학 적으로 자라는 것만으로 만족해하지 않는다. 부모들 자신들의 생활의 행복도를 자녀에 두지 않는다. 부부 맞벌이가 대세인 가정에서 자녀는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의 덫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아들 딸 선호도도 역전되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당국의 인구정책에 안목 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2010년 1월 13일 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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