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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는 세상

그 섬에 가고 싶다

 
배 승 원 편집고문

1975년도였던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저에서였다. 인사말과 함께 환담을 나누고 있는데 바깥에서 시끌벅적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앉은 자리에서 밖을 내다보니 10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집안을 향해서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새까만 상하의와 머리에는 하얀 바탕에 한 가운데 일장기의 빨간 동그라미가 선명한 머리띠를 두른 채였다. 영락없는 야쿠자를 떠올리게 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총영사에게 물었다. “뭐라고 외치는 겁니까” “늘상 있는 일입니다. 심심하면 저렇게 몰려와서 한바탕 떠들다가 가지요.” “도대체 뭐라고 외치는 데요.” “독도는 우리 땅, 물러가라, 너희들 00놈들은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그때는 한일 간에 돌출적인 현안문제도 없고 해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뜻밖에도 독도문제를 들고 나오는 걸 보고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와 경제인을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 총영사를 방문한 것인데 대관절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는 손님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는 것인지..., 그러나 저들은 저렇게도 독도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준비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것 같았다.
 
정치문제로 혹은 경제문제로 일본을 찾은 것도 아닌데 우리를 보고 저렇게 삿대질을 해대는 걸 보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리는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하면 와락 달려들어 달아오른 냄비에 물을 들어붓듯 열을 올리다가 어느 순간 시지부지하고 마는데 반해, 일본측은 집요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독도를 탈취해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마네현에 가면 이 시간에도 확성기를 통해 독도를 외치고 있다. 거리의 간판에도 독도를 확인시키고 있다. 앞을 보아도 ‘독도는 우리 땅, 좌측으로 눈을 돌려도 ’독도에서 돌아가라,는 글자가 시선을 자극한다.
 
천지가 독도를 뺏아가려는 야욕뿐인 것 같다. 또 도꾜에 가면 북방도서 문제로 러시아를 향해 핏대를 올린다. 심지어 관동서남쪽 200해리 끝자락의 바다밑에 잠겨있는 암초에다가 시멘트를 쏟아붓고는 그것도 일본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방의 약점은 도적이나 뺏아가려는 측이 먼저 알아내는 법이다. 집주인은 대문을 비롯해서 창문을 꼭꼭 잠궜다고 안심하고 잠에 빠져있는데도, 도적은 뒷문 옆 가스통이 있는 벽을 타고 올라가서 봉창을 밀치고 들어가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작업에 착수한다.
 
독도에 관한 한 우리 정부는 태평성대나 다름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묻고 싶다. 일본 외무성에는 10여명에 달하는 독도문제전담팀이 설치돼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독도에 관한 일본측의 최종목적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일본측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해 이미 손을 써놓았다는 말도 들린다. 인적관계를 통한 줄도 대놓았다는 것이다.
 
한일간에 이토록 감정이 대립되고 있는판에 미국이 국제수로기구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두 나라사이의 파문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일본해 지지에 힘입은 일본은 즉각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우리측에 공식제안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시어미니보다 싸움을 말린다며 참견하다 미움을 자초하는 시누이꼴이 되고 말았다. 과연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단단히 두고 볼 일이다. 이번에도 ‘실효적 지배,라는 베일 뒤로 숨고 말 것인가.
 
[2011년 8월 18일 2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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