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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코샤넬과 여성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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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나던 한 병원 복도에서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산부인과 불임클리닉을 방문한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매우 슬퍼하고 있었다. 그들의 애절한 사연은 비단 한 부부의 사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나 여러 상황으로 인해 아이를 가지 못하거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여성 그리고 남성을 쉽게 찾아볼 수있다. 이들을 위해서 국가에서는 지원도 해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부부들이 많다. 또 여러 사정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과 남성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에게 ‘생물학적’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그들의 성을 부정하거나 상황을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이 결혼을 하지 못했거나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다고 해서 결코 우리 사회가 그들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사회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성이 결혼을 못했거나 아이가 없다고 해서 그의 사회성이나 남성성을 부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최근 모 정당이 남성과 여성의 할일을 구분지어 놓는 이분법적, 남녀차별적 사고방식의 전형,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애석하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남성과 결혼을 위해서 존재하는 종인가. 이들은 남자와 여자를 나누기 전에 인간의존엄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여성상위사회를 만들자고 나선 것이 아니다. 다만 여성과 남성을나누는데 있어 과거처럼 ‘남자구실’,‘여자구실’이라는 잣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직도 여성이 독신으로 살면 뭔가 문제가 있고, 남성이 독신으로 살면 멋있는 인생을 즐기는 것인가. ‘나는 남자라서 괜찮다’, ‘나는 남자니까’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여성의 사회진출과 당당한자아실현을 비하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니다.
 
‘샤넬제국’이라고 칭할 만큼 패션계의 혁명가로 유명한 ‘코코 샤넬’은평생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세상 모든 여성이 가지고 싶어 하고 한 번쯤 뿌려보았을 ‘샤넬NO.5’ 향수를 개발하고 평생 자신의 일에 매진하며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녀가 만든 향수가 여성을 몰이해하고 포장만 여성향수고 향기는 남성성을 가진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여성과 남성을 모두 이해했기 때문에
수 십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향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 소위 대한민국 정치를 이끈다는남성들의 논리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남성은 왜 항상 남녀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항상 우위에 있어야 하는것인가.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보여주고 있는 비난에 가까운 주장들은 최근 자아실현을 위해 자기의 삶에 보람을 찾고 있는 여성들에게 심각한 모욕을 주고 있다.
 
남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것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논리는 마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남성들의 고유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생물학적 여성일 뿐 실제 남성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런 주장들을 무책임하게 내뱉을 때 이 시대여성들이 가지게 되는 수치심은 이루말할 수 없다.
 
결혼과 육아를 해보지 않아서 여성성을 부정한다면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영역이었던 육아와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남성의 성도 마땅히 부정돼야한다.
 
이처럼 최근 여성대통령론으로 파생되고 우리사회의 논란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도 당연히 분노해야할 일이다. 그들의 어머니, 아내, 딸이 그렇게 모욕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한 가정의 훌륭한 지도자이다.직장에서 만난 ‘그녀’들은 서
로를 끌어주는 훌륭한 동료이다.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있거나 있지 않거나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훌륭히 살아가는 여성들이며, 충분히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조화롭게 해나갈 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성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를 비논리적으로 전파하고 있는일부 세력이 오히려 조화로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동시대인들은 자문해봐야 한다.
 
나의 어머니,누나와 동생, 그리고 나와 함께 공부하고 일하는 동료를 그저 성적 역할론으로 구분지어 ‘마초적’인 남성의 정치적 잣대로 규정지어버리는 것은 너무나 시대에 동떨어진 모습이다.
코코 샤넬처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을 함께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양성의 평등적 관계를 구현할 수 있는 여성대통령의 탄생이야말로 지금 우리사회가 가장 요구하고 있는 혁신일것이다.
 
여성이나 남성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냐 보다, 대통령이 가져야할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어떤가를 더욱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2012년 11월 19일 제36호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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