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기고

골프는 기록 경기이다

김주태 5.png

골프는 타수를 세는 경기이다. 기준 타수가 파 72, 71이든 기준 타수보다 덜 쳤느냐, 더 쳤느냐를 숫자로 세어 가장 덜 친 사람이 이기는 경기이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 골프를 프로들만의 기록경기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마추어들도 나름의 기록이 있다. 전반 9홀에서 파를 5개 한 적이 있다든가, 후반 9홀에서 버디를 3개를 한 적이 있다 등등...

아마추어 골퍼로서 기록으로 남길만한 게 있다면 우선은 싱글 스코어일 것이다. 싱글 해봤냐? 이 말은 싱글 스코어를 기록해 보았느냐 일 텐데... 싱글 스코어란 싱글 피규어 스코어(single figure score)란 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핸디캡이 한 자릿수인 스코어를 일컫는 말이다. 10부터는 두 자릿수가 되므로 9이하의 핸디캡을 가진 사람을 싱글골퍼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 증에서 단 한번이라도 싱글 스코어를 기록해 본 사람은 백 명 중에서 한 두 명이 될까 말까 그 정도라고 본다.

아마추어 골퍼로 자신의 골프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기록은 무엇보다 홀인원(hole-in-one)일 것이다. 3에서 한 번의 샷으로 홀컵 속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공을 제아무리 잘 친다고 해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행운이다. 프로골퍼 조차도 평생에 몇 번 오지 않는 행운이기에 홀인원의 기쁨과 감격은 오랫동안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을 전율케 만드는 골퍼로서의 큰 복이자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홀인원을 하면 3년이 재수가 좋다나 어쨋대나... 그래서 없는 돈에도 홀인원 턱을 내기도 하고, 동반자들로부터 받는 홀인원패는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는, 골퍼로서의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이글이 그것이다. 이글은 다 알다시피 파 4나 파5에서 기준 타수보다 두 타를 줄인 것을 말함인데 이것도 좀처럼 기록하기 힘든 일이다. 예를 들어 파5에서 세 번째 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면 이글인데 이것도 쉽지 않은 기록이다. 4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가는 것도 당연히 이글인데, 흔히 이것을 샷이글이라고 해서, 5에서 두 번째 샷으로 온그린 한 뒤 세 번째 샷을 퍼터로 쳐서 이를 성공시켜 이글을 한 경우와 차별을 두기도 한다. 샷이글이 퍼팅이글보다 훨씬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버디도 참 하기가 어려운데, 사이클 버디라는 게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록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 어째든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18홀 동안에 파3, 4, 5에서 각각 한번 이상씩 버디를 낚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80대 중반을 치는 골퍼들의 겨우 한 라운드에 버디를 보통 한 두 개 정도, 많아야 세 개 정도를 한다고 보면, 같은 라운드에서 골고루 버디를 작성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이것도 기록으로 보는 게 옳다. 이런 날은 스코어가 평소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흔히 아우디라고 하는, 잇따라 파를 네 개 했을 경우를 말하는데, 아우디 승용차의 동그라미 네 개를 연상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네 홀 연속으로 파를 기록하는 게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말이다.

아쉬운 기록이긴 하나 필자도 평생에 없을 잊혀지지 않는 기록이 있다. 5에서 두 번째 샷이 홀컵으로 들어가면 알바트로스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일. 20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친 볼이 정확히 홀컵 방향으로 굴러가더니 이내 사라진 것이다. 눈밝은 캐디가 먼저 알바트로스라고 외쳤는데 긴가 민가 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홀컵을 돌아서 깃발 뒤 5cm 거리에 얌전히 서 있었다. 이글도 보통일은 아닌데 알바트로스를 놓친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이글이 이글 같지도 않게 느껴졌던 기억이...

언제 어떤 자리에서든지 소소한 기록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꿈이 있을 때 더욱 즐겁고 행복한 골퍼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숫자와 기록이 주는 메시지, 그것이 진정한 골프의 매력이 아닐까...

 

[202332415315]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