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기고

‘늙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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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오래 살더라도 늙지는 마라. 우리에게 생명을 준 위대한 신비 앞에서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처럼 계속 살아가라.” 물리학자인 그를 왜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는지 알 수 있는 명언이 아닌가 한다. 그도 늙음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살더라도 늙지 말자’, ‘아이처럼 살자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노년이 가져다주는 은근한 행복감에 미소 지으며 여생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생각이 단지 이지적 추론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한 여성 저명인사는 57세에 접어든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늙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신의 이 안타까운 삶에 한탄하지 않고 젊게 살아보려고 한 가지 목표를 세운다. 그것은 한 해가 더할 때마다 나이를 거꾸로 세는 것이다. 생각도 행동도 청춘처럼 살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 52(실제는 62)가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신체 변화에 깜짝 놀란다. 사라졌던 생리가 그 나이에 다시 시작되고 늙음의 상징처럼 보이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점점 검게 변하더라는 것이다.

생명의 무한성이 놀랍지 않은가.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했다. 여든 살 안팎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20년 전에 사용했던 가구, , 음식 등으로 생활환경을 바꾸어 놓고 그 속에서 며칠 동안 살도록 했는데 그 결과 노인들의 손놀림이 빨라졌고 기억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 사람의 육신을 변화시킨다는 놀라운 결론.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살 수 있다면 육체적인 변화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연구팀의 결론은 노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미얀마의 작은 섬에 사는 오랑 사키아족은 나이를 거꾸로 먹으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믿기에 나이를 거꾸로 센다고 한다. 이 부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60살부터 시작해서 해를 거듭하면서 한 살씩 줄여간다. 0살보다 더 오래 살면 덤의 인생이라고 다시 10살을 더해준 뒤에 1살씩 줄여준다고 하니 이 작은 섬에는 예순 살 아기도 있고, 열 살 할아버지도 있는 셈이다. 나는 이 부족의 삶에서도 인간의 마음과 생명의 무한성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늙음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당장 노인복지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일선 복지시설은 시설대로 늙음을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부분 대책이 노인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바탕에는 노인은 취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노인은 취약한 존재이고 돌보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노인복지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본다.

어떤 물질적인 대책도 늙음을 가로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늙음을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되 나이가 들었어도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산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나는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일할 수 있는 강한 존재이며, 나는 결코 우울해하지 않으며 취약한 존재는 더더욱 아니라는 늙음들이 함께 산다면 우리 사회는 더 젊어질 것이다.

그런 늙음들을 많이 생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아인슈타인과 같은 생각으로 받아들이도록 생각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연령에 따라 미리 늙음을 재단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지레 늙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론다 비먼(Ronda Beaman)이 지은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라는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노화를 막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극대화하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 정신, 감정, 행동의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청년기의 특징을 보존하고 있는데 그것을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Neo-teny)라고 한다. 이 젊음의 유전자를 잃지 말고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노년층의 삶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고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나 각종 제도가 이런 생각을 앞세워 젊음의 유전자를 억압할수록 노령사회 문제에 대한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다. 젊게 보이려고 주름살 제거를 하거나 몸에 좋다는 보약을 찾기 쉬운 노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탄력적인 사고를 유도하고, 호기심을 일깨우고, 기쁨과 웃음을 유발하는 놀이와 일, 학습의 장을 늘려나가 이 유전자를 더욱 극대화해나가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시대 늙은 오빠들이 하나같이 톨스토이처럼 나이 들었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이는 내게 정말 좋은 선물이었다. 너무나 뜻밖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삶의 끝도 그렇게 아름다울 거라고 믿게 되었다.” 라고 한마디씩 던지며 회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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