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기고

‘잠정구’ 칠 때는 반드시 ‘프롭비저널 볼’ 선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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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무엇일까? 아마 굿 샷!’ 또는 나이스 샷!’이 아닐까 싶다. 동반자가 볼을 잘 쳐서 공을 앞으로 보냈을 때 흔히 날리는 표현이다. 때론 나이스 어프로치!’ 이런 말도 곧 잘 쓴다. 그린에 올라와서는 굿 퍼트!’ 이런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이런 짧은 말들이 다 우리말이 아니고 대부분 영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프가 당초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미국에서 크게 발전된 스포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골프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앞의 말들을 자주 쓰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꼭 기억해야할 골프용어가 있는데 이 단어가 바로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이다. 이것 때문에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잠정구라고 하는데, 티샷한 볼이나 어떤 볼이 OB나 패널티 구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때 볼이 살아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적으로 볼을 하나 더 치는 볼을 말한다. 처음 친 공이 살아있으면 그 공으로 계속 플레이를 하면 되고 원구가 없으면 잠정구로 1벌타를 먹고 플레이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말을 외치지 않으면 상황은 돌변한다. 큰 대회에서 실격을 당하는가 하면, 우승을 눈앞에 두고 다 잡은 우승컵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골프에도 월드컵골프대회가 있다. 남자 프로골퍼들이 2년에 한 번씩 국가대항전으로 벌어지는 대회인데 21조로 출전해 개인전, 단체전으로 치러지는데 우리나라도 국내 랭킹 1, 2위 선수가 참가하는 게 상례였다. 이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두 명 가운데 한 선수가 처음 친 드라이버 샷이 숲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다른 볼을 꺼내 잠정구를 쳤는데, 동반 선수들에게 나 프로비저널 볼을 친다라고 명백하게 이야기 하지 않고 볼을 친 것이다. 라운드를 마친 뒤 동반 선수 가운데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대회본부로부터 실격처리 되었고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귀국하고야 말았다.

국제대회 도중 실격당해 조기 귀국 당하는 망신을 당한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몇 년 뒤 똑같은 월드컵대회에서 다른 국내 정상급 프로골퍼가 똑같은 이유로 실격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반복되었다. 협회는 이전과 똑같이 해당 선수에 영구제명이라는 극약조치를 내렸지만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프로비저널 볼을 할 줄 모른대서야 말이 되느냐, 국가망신 시켰다며 말들이 무성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여자골프의 대세로 꼽히는 박민지 프로가 지난해 어느 대회에서 두 번째 친 공이 숲으로 들어갔다. 잠정구를 쳤으나 동반 플레이어에게 잠정구를 친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다른 볼을 꺼내 쳤다. 그런데 볼이 떨어진 곳으로 가보니 처음 친 볼이 살아있었다. 박민지는 당연히 살아있는 원구로 플레이를 계속했는데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잠정구를 치겠다고 선언을 하지 않으면 원구는 나갔던지 안 나갔던지 OB로 처리되므로 1벌타, 이후부터는 두 번째 친 볼 잠정구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원구로 플레이를 계속한 것이다. 따라서 오구 플레이로 2벌타, 첫 번째 공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두 번째 공은 집어 들었으니 또 1벌타, 도합 4벌타를 먹은 것이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은 당연한 일... 

영어가 많은 골프, 다른 용어는 몰라도 잠정구를 칠 때는 반드시 동반자에게 프로비저널 볼을 선언해야 한다. 이것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로 똑같이 해당되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프로비저널이라는 다소 어려운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냥 나 잠정구 친다라고 해도 된다.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해서 동반자에게 알려야 한다.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인 골프에서 동반자가 유일한 심판과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 운동의 특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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