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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서, 교육의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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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不讀書 口中生荊刺’(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 이것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1910년 3월 26일 뤠순감옥(旅順監獄)에서 순국한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다.
 
피 끓는 청춘을 조국 독립을 위해 바치신 안중근 의사는 순국하시기 전까지 당시 검찰관, 간수 등 일본인에게 많은 글을 써 주었는데 자기나라의 일인자를 사살한 테러리스트 정도로만 알았던 일본인들은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과 높은 학문을 흠모하며 스승으로 모셨고 오늘날도 일본에서는 안중근 선생 숭모회 까지 있다고 한다.
 
이처럼 민족독립투쟁의 표상이 되어 있는 안중근 의사가 우리 동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묵도 ‘독서하는 국민이 되라.’는 것이었으니 책을 읽지 않고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독서 없이는 조국의 독립도, 미래도 있을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배움을 멀리한다는 것이요, 반대로 독서를 즐긴다는것은 항상 배움에 힘쓴다는 것이다. 인류역사의 모든 발전은 배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로 불리어 왔다.
 
‘선비’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하지 않는 고고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선비정신은 사라지고 탐욕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양심은 마비되고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져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차마입에도 올리기 부끄러운 말이 되어 버렸다.
 
우리 한국인의 독서량은 연간 2권에도 못 미치며 지성의 거리인 대학가마저 술집과 음식점만 문전성시를 이룰 뿐 서점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고 책을 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현대는 고독한 군중들이 서로 대화를 잃고 메마르게 살아간다. 저마다 소외감을 느끼며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인터넷에는 위장된 언어가 넘치고 거짓말이 범람한다.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영혼을 정결하고 풍성하게 하는 맑은 샘이 필요하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을 한없이 겸손하게 내려놓고 옛 성현이나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 이러한 독서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독서법’이다.
 
이 독서법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말한 독서법으로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중국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편에 나오는 말로써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케 하는 것.’이다. 
 
이 독서법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학습형 독서법이라 할 수 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세밀하게 읽고 읽은 내용들을 잘 기록한다. 읽기만 해서는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듯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그 근원이 어디 있는지 파악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독법(情讀法)을 말한다.

또 하나는 ‘우작경탄(牛嚼鯨呑)독서법’이다. 소는 풀이나 여물이 눈앞에 있으면 빨리 많이 먹어 배를 채운 뒤 여유가 있을 때 보관한 음식을 게워내 여러번 되새김질을 통해서 완전히 소화시킨다.
 
'우작’(牛嚼)은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읽는 독서법’으로 ‘한 번 읽어 전체의 얼개를 파악한 후 다시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는 정독’을 말한다. 경탄(鯨呑)은 ‘고래가 큰 입을 벌려 물고기를 비롯한 온갖 것들을 통째로 삼킨다.’는 뜻이다.

물은 이빨 사이로 빠져나가고, 물고기들은 고래 뱃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래의 큰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경탄도 부지런히 반복해야 한다. 경탄 독서법은 다독(多讀)을 말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길주(洪吉周)는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라고 했다. ‘똑똑한 머리보다 근면한 독서가 낫고, 깨우치며 읽는 것이 최고로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한 것이다.

독서는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하고 옛성현들의 고고한 정신을 배우며 이를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교만하기 쉽고 지식을 얻기 힘들며 고고한 인격을 기를 수 없다.
 
그런데도 자녀에게는 책읽기를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책을 읽지 않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자녀에게 억지로 책읽기를 강요하지 않아도 부모가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도 스스로 닮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누가 무슨 책을 애독하는지 알면 그 사람의 성품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실용적 가치를 담은 격물치지 독서법을 비롯하여 많은 책을 읽고 되새김질함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가져오는 우작경탄 독서법은 우리 국민들의 품격을 드높임은 물론 나라의 미래를 더 없이 밝게 할 것이다.
 
독서는 교육의 근본이요, 개인과 국가의 정신을 튼튼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초석이며 이러한 정신적 바탕 위에 내일을 향한 희망찬 비전이 있는 것이다.
 
 
[20161025일 제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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