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9일

기고

한국은 축제 중

 
 
 
 
신화남.jpg
한국인의 놀이문화는 단연 세계 최고이다. 그런데 이 세계 최고가 질적인 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질이 아닌 양으로 보았을 때의 말이다.

2016년도에 열리는 축제를 각 시.도별로 알아보면 서울이 71건, 부산 30건, 대구 23건, 인천 22건, 광주 10건, 대전 9건, 울산 10건, 세종 2건, 경기 83건, 강원 61건, 충북 37건, 충남 90건, 전북 47건, 전남 44건, 경북 81건, 경남 44건, 제주 29건으로 올 한 해 동안 열리는 축제는 자그만치 693개나 된다.

이외에도 등록되지 않은 축제까지 합치면 1000건이 훨씬 넘으리라 짐작된다. 일제 강점기, 잠들어 있는 민족정신을 깨우쳐주면서 춘향 정절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 민족 모두의 가슴에 뿌리내려 춘향전의 문예적 가치를 만방에 빛낼 목적으로 발상된 춘향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향토 문화예술을 진흥한다는 취지에서 문화예술 행사, 세계 군악 페스티벌, 팔도 풍물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봄 축제인 진해 군항제, 그리고 정부수립 이후 1949년에 시작된 것으로 6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지역축제인 진주개천예술제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방축제들은 분명한 문화적 가치가 있는 대표적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닷새 동안에 걸쳐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풍 81>이라는 대규모 축제가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다. 1000만 명이 넘는 엄청난 관광객이 여의도를 메웠던 이 <국풍 81>이라는 정체가 모호한 이 축제는 전년에 있었던 광주민주항쟁의 추모 열기가 감지되자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한 신군부정권의 대표적인 우민화정책이었다.

또한 이 축제는 신군부 정권의 성공적인 안착을 선전했던 용도로 활용되었는데 정치적 이도가 농후한 이 축제는 그 후로도 몇 년을 계속되다 어느 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야말로 도깨비장난 같은 희한한 축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 당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 되면서 지자체가 주최하는 수많은 축제가 개최되었다. 자방자치단체마다 그 고장의 특산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니 앞 다투어 축제를 만들다보니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고 축제를 개최하지 않는 지방자체단체장은 고장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까봐 너도나도 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다른 지방의 축제를 모방하고 도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진주 남강의 세계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의 유등축제였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특별시가 지방 소도시의 축제를 모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진주시민이나 경남도민은 물론이요, 뜻 있는 서울시민들까지 서울특별시의 졸렬한 처사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결국 서울시장과 진주시장이 촉발된 갈등을 없애고 손을 맞잡으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축제 모방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진주 유등축제였는데 도대체 이러한 축제의 모방은 도가 지나치다못해 포화상태에 이르러 국민들의 비웃음을 살 정도가 되었다.
 
해마다 4월 초, 서울에서만 개최되는 벚꽃축제가 무려 7개나 된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의 특색도 없는 축제로 인해 대한민국은 일 년 365일이 항상 축제이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축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하다 보니 국민의 혈세는 줄줄 새어나가고 이로 인하여 빚만 늘어나는 기막힌 실정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축제가 개최되면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저 먹고, 마시고, 노는, 철저한 소비형 축제는 외국인에게도 외면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먹고 놀자 판의 축제 때문에 나라 살림이 거덜 나게 생겼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축제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종용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똑같은 축제를 7차례나 갖는 이 해괴함에서 탈피하려면 그 지방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살린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슷한 축제는 한 곳으로 모으고 다른 지방의 축제를 모방하는 특색 없는 축제에는 지자체차원의 지원은 안될 일이다. 특히 정부에서는 이러한 지방축제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 진정으로 주민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축제, 국내외의 관광객들의마음을 감동케 하는 축제다운 축제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6927일 제8017]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