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동요 ‘섬집아기’에 나오는 가사이다. 나는 이 동요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짠하다. 따야할 굴을 놔두고 집으로 달려오는 해녀의 불안한 마음, 어린자녀를 둔 워킹맘의 심정이 딱 이렇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자신은 커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안 할 거란다. 이유를 물으니 다른 엄마들은 학교 마칠 때 가방도 들어주고 놀아도 주는 데 엄마는 그렇게 못해줘서 싫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 또 일하는 엄마가 힘들어 보인다고 대답을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소홀히 한 것을 반성하며 미안함에 꼭 안아주었다. “이 세상에 슈퍼우먼이란 없다. 다만 피곤해하는 여성만 있을 뿐이다”라는 한 여성학자의 말처럼 아이 눈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엄마의 삶이 고단해 보인 것이리라.
“여성, 취업 못하면 결혼도 없다”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나올 만큼 세상이 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모두 잘 꾸려나갈 분위기가 정착되지는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이슈가 되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는 “회사에서도 죄인, 집에서도 죄인”이라며 워킹맘의 고충이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드라마를 보던 많은 워킹맘들이 공감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렇듯 일을 하지 않으면 결혼을 하기도 힘들게 되었지만, 직업이 있어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양육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여성의 딜레마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서서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과 가정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일과 가정은 상호보완 관계로 서로 양립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잔업과 야근은 물론이고 휴일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일의 성공이 곧 가정의 행복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일과 가정돌봄, 여가생활, 자기계발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즐기며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 육아 후 빠른 직장복귀와 일과 가정 양립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확대하고, 시간 선택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한 근무형태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지방병무청에서도 가족친화적인 공직문화 조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으로 행복을 가꾸고 있다.
먼저, ‘가족사랑의 날’ 운영이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야근이 없는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하고 정시에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권장한다.
다음은 ‘일과 휴식의 조화’이다.
개인별 연간 휴가계획을 세워 자유롭게 재충전 휴가를 사용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리듬으로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휴식이 조화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워크다이어트’이다.
관례적으로 반복, 답습하는 업무를 없애고 유사업무를 통.폐합하는 워크다이어트를 통해 업무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로써 인력과 시간의 가용성을 높이고 직무 몰입도를 높임으로써 관행적인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위 세 가지 사항을 잘 실천하는 부서를 분기별로 선발하여 포상함으로써 유연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당장 완성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직장맘의 삶이 딸들도 닮고 싶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8월 26일 제79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