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내 주머니를 만지니 동전300원이 있어 드렸더니 커피를 뽑아 드시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 때 또 한 노인이 커피박스에 천원을 넣고 씨름하면 발로 차면서 욕을 하고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른 노인이 “여기 바꾸어 줄 잔돈 있어” 하니 방금 나에게 300원을 받았던 그 노인이 잔돈을 급히 바꾸어 나에게 빚진(?) 300원을 갚고 다시 박스와 싸우는 노인에게 300원을 드리며 “나도 받았으니 드립니다”라고 하였다.
순간의 일이지만 내가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300원의 나눔이 돌아서 전해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집으로 오면서 내가 자주 가는 온천장에 있는 C 목욕탕을 찾았다. 집근처에 있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온천목욕은 한 달에 2회 정도간다.
면도를 하고 본격적인 떼밀이를 할려는데 옆에 노인 한분이 힘겹게 떼를 밀고 계신다 문득 어릴 때 김해에서 만덕 고개를 넘어 이곳까지 아버지와 목욕하려 와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린 추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어르신 옆으로 다가가서 등어리 떼밀이를 자청하였다.
55키로 정도의 왜소한 노인 이었는데 얼굴에는 아직도 미소가 계시고 귀가 어두우신지 대화가 되지를 않고 겨우 85세라는 나이만 알 수 있었다. 복지노인시설에서 자원봉사시 노인들의 목욕을 시켜 드린적이 있지만 공중목욕탕 에서는 처음이다.
서로의 자존심이 있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오늘 나의 작은 배려에서 그 어르신의 흐믓한 미소가 던져주는 사랑의 화답은 정말 필요한 일을한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 어제는 덕천지하철 만남의 자리중앙에 구세군 냄비 모금의 종소리가 울리는데 내 주머니를 만져보니 천원짜리 지폐 한 장과 동전 몇 개가 있어 천원 한 장을 넣고 돌아서는데 한 휄체어를 타고 계신 50대 중년의 여인이 모금 박스로 가더니 2천원을 넣고 나오는 순간 앗차 내가 너무 했구나 하는 부끄럼에 어찌할 줄 몰랐다.
세모를 보내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너무나 감사 한 일들이 많다. 먼저 건강하여 아프지 않고 사회생활 할 수 있음에 무엇보다 감사하고, 70넘은 나이에 하루를 계획하고 집을 나올 수 있는 일이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여 옮길 수 있는 능력주심에 오로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좀 더 여유롭고, 보람차게, 당당하게, 신나게 살아가는 새해가 되어 모든 이들에게 작은 나눔의 실천을 솔선하는 자신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이제 대한민국의 700만 노인들은 년 말 대통령 선거에선 정신을 차리고 주권자로서의 귀중한 참정권을 실행하는 의존이 아닌 자립하는 노인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하면서.
[2017년 1월 20일 제84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