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기고

SNS시대 진정한 대화의 상실



대부분의 가축들이 그렇듯이 사람이 돼지를 기르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잡아먹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돼지가 말을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미돼지가 눈물을 흘리며 ‘주인님, 아시다시피 저에게는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새끼들이 열 마리나 있습니다. 저를 잡아먹더라도 제발 불쌍한 새끼들 젖이나 뗀 다음에 잡아먹으시면 안될까요.’라고 애원을 한다면 어떤 철면피한 강심장이 그 돼지를 도살할까.


물론 돼지도 그들만의 소통언어를 가지고 있다. 단지 사람과 돼지는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은 이래서 참 살벌하고 무서운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 문화가 확 바뀌었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전화 벨 소리와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높은 톤의 통화 때문에 종종 승객 간에 시비가 붙고 멱살을 잡는 험한 사태도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지하철은 그야말로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로 변했다.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린다면 십중팔구는 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있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 감상에 젖어 있다. 이제는 더이상 상대방의 통화 소리가 크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다.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목소리를 낼 필요도 없다. 따지고 보면 카톡은 대화가 아니고 표정과 진심을 알 수 없는 단지 소통의 한 수단일 뿐이다. 대화란 마주 보고 나누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SNS가 발달한 지금은 굳이 대화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받기 싫은 전화가 있다면 아예 수신거부를 걸어놓으면 통화는 원천적으로 봉쇄, 차단된다.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명의 이기(利器)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利己心)을 조장하고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식구들끼리 삶은 감자를 나누어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헤던 정취도,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옛이야기를 듣던 아름답던 추억도 이제는 아스라한 전설이 되어 버렸다.


옛날 어른들은 농사짓는 법이나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도리는 물론이요, 자연의 법칙과 우주의 질서를 비롯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었다. 밤하늘을 우러러보시던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내일은 비가 오겠구나.” 그러면 다음날, 정말 신기하게도 비가 내렸다.


어릴때 할아버지가 만물박사라고 생각했었다. 달무리 안에 별이 들어가 있으면 다음날은 분명히 비가 왔다. 어떤 문제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노인 세 분에게 물으면 답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은 그 누구도 노인에게 묻지 않는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젊은 사람에게 물어야 답이 나오는 시대이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던 바둑마저 알파고에 의해 무참하게 깨어졌지 않은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듯이 이제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고 인터넷을 통해 시장을 보며 인터넷을 통해 소통을 한다. 이러한 인터넷 문화, SNS문화는 인간사회에 대화의 단절을 가져왔다. 이 지구상 어디에 있어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 SNS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굳이 대화가 필요 없게 되어 버렸다.


가족 간에도 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출근시간, 등교시간이 각자 다르다보니 옛날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식사도 대부분 슬로우 푸드에서 패스트 푸드로 바뀌었다.


저녁도 마찬가지이다. 온 가족이 TV 앞에 앉아 채널 쟁탈전을 벌이다가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얼굴 보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부모와 자녀도 SNS로 소통을 한다. 이러니 한솥밥을 먹는 식구(食口)나 한 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가족(家族)의 의미도 퇴색되어 버렸다.


단지 한집에서 각자의 다른 삶을 살아가는 동거인이 있을 뿐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는 진정한 마음의 교류를 상실해가고 있다. 사람(人)은 있으되 인간(人間)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 없는 사회는 시비가 없는 평화의 세계가 아니라 어쩌면 타인의 아픔에 눈 감아 버리는 비정한 사회, 불의를 보고서도 저항하지 않는 사회, 인간의 정과 사랑을 말살시키는 살벌한 사회를 조장하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잃어가는 인간성과 소멸되어가는 인정과 사랑을 회복하며 진정한 도덕을 꽃피우기 위해서 가족 간, 이웃 간, 동료 간에 마음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돼지와 사람 사이처럼 되어서야 되겠는가. 잃어버린 대화의 회복을 위해 얼굴을 마주하며 따스한 온정을 나누는 진정한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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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일 제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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