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기고

나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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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투표와 개표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가?” 친구는 더 이상 순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 물론.... 투표와 개표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결코 선관위 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투표관련 업무는 이미 선거일 6개월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절대적 협력과 함께 시작된다.

투표소 섭외와 점검, 결정 및 투개표 사무원의 위촉으로 이어지며, 사전투표소는 통합선거인명부를 핵심으로 몇번에 걸친 전자적인 테스트를 통해 오류를 검증하며 완성되어간다. 그러는 와중에 홍보담당은 투표안내를 위한 홍보에 이미 큰 그림을 그려놓고, 한 건씩 홍보작업에 여념이 없다.

 정당색이 두드러지면 공정성을 해칠까 이리저리 피해보지만 아뿔싸!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선명하지 않지만 특정색이 보인다는 이유로 택시래핑이 중단되었다.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되 한가지색이 두드러지지 않고 조화롭게 써야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후보자는 조금이라도 본인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지도담당은 선거법의 테두리나 최소한의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안내하며, 공정함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애쓴다. 공정선거지원단의 활약이 빛을 발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는 사이 선거담당의 개표 준비는 진행된다. 때로는 선거의 꽃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마치 고통스럽게 피워내야만 하는 꽃과 같다.

투표일 새벽부터 사무실에 몰아치는 각종 민원과 전화통을 붙잡았다가 저녁에는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움켜쥐고 긴장감속에서 밤새도록 개표장을 누비다보면 어느덧 개표가 끝나서 세상은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개표장 철거가 남아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기운을 끌어모아 개표장의 장비나 물품 등을 사무실까지 옮겨야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후보자가 지출한 정치자금을 검증하는 업무가 2~3개월 동안 걸쳐진다.

 이 중 방대한 투개표업무를 마치 몇 주만에 끝낼 것 같이 상쾌한 느낌으로 물어본 친구에게 살짝 억울한 감도 있었지만, 이해도 되었기에 결국 나는 친구에게 설명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었다. “맞아 투.개표만 잘하면 되지” 넋두리처럼 했던 말은 그당시 미처 전하지 못한 선관위 업무에 대한 가볍고도 주관적인 관점의 표현에 불과하다. 지금은 어디선가 이 지면을 통해 친구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이렇게 반년이상 유관기관과의 공조와 유기적인 작업으로 뽑아내는 투표용지 한장, 오랜 준비과정을 통해 마련되는 이 소중한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위원회마다 선거인수에 따른 업무편차는 크고, 맡은 업무의 바쁜 시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평균 10미만의 선관위 직원들이 몇 개월 동안 고민하고 애쓰며 선거를 위해 달린다. 그리고 선거후 한 템포 쉬면, 곧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달리기가 시작된다. 내년의 거대한 선거를 향해...

 

[2021423일 제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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