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데 직장문제도 있고 집값도 천장 부지로 뛰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사람을 만나서 연애만 하고 결혼을 꿈꾸지 않는 현실이 큰아이가 주장하던 비혼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선언하고 어느새 첫아이를 낳았다. 우리 아이도 그랬지만 결혼 정년기가 늦어지면서 고령의 산모들이 많아졌다.
출산을 하고 싶어도 고위험 불임인 사람들이 많고 출산 중 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늘 상 직장에 얽매이다가 아이에게만 집중하다보니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친정어머니는 거의 매일을 불려 다니다보니 둘 다 지쳐가는 것 같았다. 딸아이는 시댁어른들이랑 남편은 둘째 가지기를 원하는데 본인은 자신이 없다고 한다. 친정부모의 입장에서는 딸의 입장을 생각하면 둘째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인정받고 촉망되는 직장을 잠시 쉬곤 있지만 경력단절 및 아이양육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증세도 보이고 잦은 의견충돌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저출산 대책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성들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극히 소수이고 여전히 여성에게 맡겨진 독박육아 는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일‧생활 균형이란 말은 여성들이 일과 무급 돌봄 노동을 병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자는 말일 뿐 대개 남성들은 여기에 관여되지 않는다. 누구나 각각의 연령대와 서로 다른 상황에 맞는 돌봄이 필요하다. 스스로 가능할 때도 있지만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살아 갈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누군가의 돌봄을 온전하게 받으면서 회사 일에 충성할 20세기형 노동자 모델이 기준이다.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출했지만 대개 남성은 가정 내 돌봄 노동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생활균형 이란 여성의 이중노동을 지칭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이쯤 되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결과로 도출된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으로 번졌던 비비탄 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비(非)혼, 비(非)출산 탄탄대로라는 뜻이다. 물론 비혼과 비출산을 한다고 해도 여성으로서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고 피로하지만 적어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무거운 짐은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비비탄은 2018년 웹 하드 카르텔이 드러나자 비(非)연애, 비(非)섹스가 포함된‘4B운동’으로 이어졌다.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와 섹스마저도 모두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꼭 결혼하겠다는 응답을 한 여성은 11%에 불과했다.
여성들이 꼽은 1순위 이유는‘양성 불평등 문화가 싫어서’였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이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지 않아서’가 36.4%로 1위를 차지했다. 4B운동은 이러한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선택하려는 것뿐이다. 성 평등한 사회 실현이 필요하다.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원하는 일을 차별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여성의 노동과 출산선택의 경로를 살펴보면 저출생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가닥이 잡힌다. 저출생은 아이를 낳게 한다는 목표로 접근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원하는 일을 차별 없이 할 수 있고, 평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자연스레 해결된다. 여성들이 원하는 노동을 하고 인정받을 때,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때, 무급 돌봄 노동이 평등하게 분담될 때이다. 저출생 이라는 현상은 바로 노동이 존중되는 성 평등 사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