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 꽃들이 앞다투어 곱게 단장을 하며 아름다운 향연을 펼치며 생명의 환희와 축복의 시절을 알려온다. 어김없이 자연이 주는 이 약속 같은 선물을 맞이하게 되면 마음은 늘 감사하고 평안하다.
이런 오월에 새 정부가 차려졌다. 지금 대통령과 함께 시작의 길목에서 구성원이 되는 사람들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실천에 대하여 세심하게 살피며 다짐을 하면서 한껏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7년 봄날 어수선하던 정국(政局)을 정리하고 들어선 정부는 처음에 희망찬 약속을 열거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특히 가장 돋보이는 ‘평등(平等)’ ‘공정(公正)’ ‘정의(正義)’라는 근사한 실천 덕목을 올려놓으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그 약속들은 선택 받은 특정 집단만 주문할 수 있는 메뉴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러한 현실을 직시(直視)하며 100년을 넘게 살아온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시대의 어른으로서 침묵하지 못하며 “개인에게는 자유가 필요하고 국가에는 정의가 있어야 하고 역사에는 휴머니즘,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정의, 공정이 다 깨졌다. 지금 정의는 ‘내편이냐, 네편이냐’만 따진다.”고 사회의 갈등과 모순에 일침(一針)을 가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당국자들을 향해 진심을 담은 충고도 하였다. “최근의 정치와 경제 상황에서는 현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락하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권 기간에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되었고 정신적 사회질서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는 문재인 정권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는 보이지 않는다.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청와대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대통령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권을 위한 국민이지, 국민을 위한 정부의 의무는 점차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날 민주화 운동을 하며 구국(救國)을 위해 몸바쳤다는 지난 정권의 586세대들은 이 충고를 열린 마음이 되어 받아들이며 반성하지 않은 채 귀에 무척 거슬리는 소리로만 여기다 떠나가 버렸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이 시간 새 정부가 막 들어서며 또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국민에게 희망의 속삭임을 노래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약속을 열거하며 새롭게 새 부대에 담겠다 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다짐을 굳세게 한다.
그리고 새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며 내각의 조직에서 책임을 맡은 그대들 이러한 신념과 의지를 제발 끝까지 내려놓지 말고, 국민에게 내세운 약속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정부의 일원이 되길 바란다.
또한 지난 정권의 어떤 인사들처럼 이름만 걸어놓지 말고, 개인의 크고 작은 이득만을 챙기기에 급급해하는 추한 모습은 보이지 말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대통령을 향해 충언(忠言)을 아끼지 않기 바란다.
오늘의 이 대한민국이 탄생하고서 자유민주주의의 틀을 굳건히 세워가며 때론 험난했던 세월을 인고(忍苦)하며 나라를 지켜온 실체는 어느 열사(烈士)도 어느 정치가(政治家)도 무슨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정의와 상식의 꽃을 피우기 위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매일 자기의 자리를 잘 지키며 살아온 국민이라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어느 한편의 누군가를 위한 작은 이익에 합류하지 말고, 모든 국민을 위한 큰 이익을 추구하며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중심을 바로잡고 용맹하고 조화로운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5년 후에 성실했던 정부로 이름을 남기고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될 것이다.
[2022년 5월 27일 144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