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 헌법은 권력구조 개편이나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한 개헌이 대부분이어서 국민의 기본권과 분권에 대한 의제는 외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20여 년만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개헌의 방향을 국민의 기본권과 분권 확립(입법부와 행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간, 남녀간)으로 설정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강, 국회의 입법권 강화 및 선진화, 지방자치의 헌법적 완성, 양원제 도입에 둠으로써 개헌의 당위성과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기본권과 분권은 시대적 과제로서 모든 국민과 해당기관들이 염원하는 사항이므로 여야간 합의가 용이할 것이다. 기본권과 분권이란 공통분모를 토대로 논의를 거듭하고 권력구조개편과 대통령임기 문제는 여야와 국민간 합의 진전에 따라 반영하도록 한다. 기본권 개정은 성평등, 생명권, 노동권, 모성보호, 유전자정보, 아동인권, 병역, 다문화 사회, 환경권(기후변화) 등이 그 핵심의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1987년 이후 23년 동안 개정을 하지 않았던 관계로 시대적 요구나 미래수요에 부응하지 못해왔다. 우리나라 헌법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과 헌법내 상충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관계로 1988년 헌재 설립이후 2008년 6월까지 현재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은 410건으로 지나치게 위헌결정이 빈번하였다. 반면 구체적 법률심사를 위주로 하는 독일연방 헌법재판소(1999~2008)의 위헌결정은 47건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헌법은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더 미래지향적 의제를 담아야 한다고 본다.
헌법이 사회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볼 때 간과되지 않아야 것은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고 직장내 성차별 구조가 심각하는 점이다. 여성부 “성평등 지표 개발 및 측정방안” 에 대한 용역결과(2010.3.3)에 따르면 의사결정부문과 가족내 평등면의 성평등 지수가 가장 낮았다. 이러한 성불평등을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성평등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에 명시된 일반적 평등과 달리 성평등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이자 헌법적 질서가 되어야 하며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국가목표로 나와 있다.
성평등의 국가목표규정은 법률적 해석의 지침이 되고 국가행위의 방향을 설정하며 할당제와 같은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내지실질적 평등조치가 합헌적 근거를 확보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제36조1항)에도 가족제도와 혼인제도에 있어서 성평등을 구체화하고 있지만성평등을 위한 규정들은 헌법현실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있다. 우리나라 헌법(제36조1항)에도 가족제도와 혼인제도에 있어서 성평등을 구체화하고 있지만성평등을 위한 규정들은 헌법현실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11조 1항은 일반적 평등조항으로 성평등권을 명시한 것은 아니므로 헌법에 성평등이 명시된 정치 선진국인 다른 나라들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정부에게 부여되는 정책, 재정, 법률제정 등의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다.
더구나 사회권의 경우 자유권과의 관계에서 그 규범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독일처럼 헌법상의 평등권 조항에 성평등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헌법상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 있는 지방자치 부문은 추상적이고 내용면에서 매우 미흡하여 입법자나 법원에 대해 구체적 지침이 부족하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도하에서 정책경쟁은 궁극적으로 자주입법권이 전제되어야 하고 조세 등자주과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행의 지방자치제도하에서 자주 입법권, 과세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례제정권 확대는 현행 헌법상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 선진국인 프랑스, 영국, 일본 등도 개헌의 방향을 지방분권의 강화에 두고 있다.
현행 헌법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규모나 성격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고 기초지방정부나 광역지방정부의 역할은 대부분 중복되어 보충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 자치단체 층계별 적절한 권한 배분과 보충성의 원칙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생활문제의 해결자, 생활정치로서의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상 보장을 모색해야 할것이다.
독일 헌법은 1949년 제정 이후 현재까지 51차에 걸쳐 개정되어 거의 매년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헌법현실과 헌법규범을 일치시키고 변화된 시대상황에 부합되도록 헌법 개정이 용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 여성, 아동, 청년, 장애인, 환경ㆍ기후변화, 정보화, 지적재산권, 세계화 등 새로운 의제가 헌법에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2010년 4월 30일 7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