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5일 칠레 산호세광산의 지하 700m 갱도에 갇혔던 칠레·볼리비아 광부 33인이 지상으로부터 고립된 지 17일 만에 여성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가 기적적으로 그들을 찾아내면서 본격적인 구조작전이 시작되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미국 NASA에 협력을 요청하여 해군용 구조캡슐을 제작하게 하였고 10월13일 22시간에 걸쳐 매몰 광부 전원을 구조하는 기적적인 드라마를 진두지휘하였다. 이 소식은 금세기에 들어서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잦은 자연재앙으로 위축된 지구촌에 가뭄에 단비 같은 낭보였다.
지형학자 발데스씨는 ”광부들을 전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의 힘이 75%, 기적의 힘이 25%라” 고 말했으며, 외신들도 이번 구조작전 성공으로 지지도가 급등한 칠레 대통령에 대하여 “기독교인인 그의 종교적 의지가 구조 성공에 크게 작용했다” 고 보도했다.
광부들의 생환을 가족 다음으로 크게 환호한 사람은 아마도 지난 2월 27일 8.8 강진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쳐 사망자 800명, 실종자 50명, 재산피해액 4억불이 발생하는 바람에 매일 매일 자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기적을 염원했을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재산을 잃고 실의에 빠진 칠레의 쓰나미 이재민들이었을 것이다.
국민 전체의 70~80%가 천주교인, 12%가 개신교인인 칠레 국민들의 종교적 신념은 구조된 어느 광부의 안전모에 씌여 있는 “God is alive. (신은 살아있다)” 라는 말이 잘 대변하고 있었다. 국민 거의 전부가 신의 존재를 믿고 있음을 말해주는 통계치를 확인하면서 ‘광부 전원 생환’의 기적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칠레 국민들의 기적 같은 드라마는 지구촌의 주목과 찬사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생사의 귀로에서도 신에 대한 믿음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구조캡슐을 서로 맨 나중에 오르겠다고 다퉜던 광부들과, 생환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유머와 냉철한 판단력과 지도력으로 부하들을 지혜롭게 이끈 작업반장 우르수아는 칠레 국민의 영웅이 되었으며 전 세계 네티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무늬만 신앙인’이 도처에 있을 대에 국가와 사회에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신앙인들을 지구촌들이 만난 것 같다. 광부들이 구조캡슐에 탑승하는 순서를 서로 양보하는 숭고한 장면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호화여객선이 침몰하기 직전 여자와 아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워 보낸 남자들을 위해 가라앉는 갑판위에서 장송곡을 연주하며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던 실내악 연주자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사후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으면,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칠레 광부들처럼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고난 중에서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안위를 더 배려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머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칠레 국민들이 이뤄낸 기적을 보고 들으면서 모처럼 질문이 많이 해보는 요즈음이다.
[2010년 11월 15일 13호 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