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와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혹은 정치참여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한다면 그것은 평등사상에도 위배되고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스스로저버리는 결과이다.
특히 지방의회의 경우 지방정치가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과 꼼꼼함은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에 큰 기반이 될것이며, 이것이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 및 대표성 확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제도의 개선이다. 정당공천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구 여성후보 30% 할당제를 실시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기초 또는 광역 지역구에서 1인 이상 여성공천 강제조항이 신설되어 지역구 여성의원의 비율이 이전보다 2배 정도 증가(18.7%)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41%), 노르웨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30-40% 수준이고, 프랑스는 50%에 접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여성의 과소대표성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기초 또는 광역지역구’가 아니라 ‘기초 및 광역지역구’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유능한 여성전문가들이 지방의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제도를 재단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의 정치권은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자신의 밥그릇을 여성들이 빼앗는다 생각하고 여성할당제에 대해 반기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에도 우리가 주장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남성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아니 남성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재 제도권 내에 진출하여 있는 여성의원들이 여성으로서 대표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잘해내야만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여성의원은 남성의원 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남성중심의 지방의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할당제에 의해 선출된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여성공천 확대라는 목소리를 여성 스스로 내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미 제도권에 진입한 여성들은 본인의 성공만을 위하여 자기 앞가림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함을 인식하고 더욱 많은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선거 운동을 할 때에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갈구하지만 당선만 되면 내몰라라 하는 식은 없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을 통한 여성 공천의 양적인 확대와 더불어 현재 제도권 내에 진입해 있는 여성들의 의정활동의 질적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성조직·단체들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여성인재를 발굴하여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래야 당에서 ‘여성인물이 없다’라는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의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은 의지를 가지고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해 보아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오더라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1일 12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