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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사회의 소중한 자본 ‘여성’

 
요즘 모 방송의 개그 프로에서는 ‘남자는 하늘’임을 주장하는 소위 남하당 대표 개그맨이 현대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비판하며 습관처럼 내뱉는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말이 화제다.
 
여기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언술은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을 지칭한 것으로 생각된다. 겨울이면 손을 호호 불며 꽁꽁 얼어붙은 개울의 얼음을 깨어 빨래하고, 매운 연기에 연신 눈물 훔치며 부엌 아궁이에 마른 가지로 불을 지펴 밥을 짓던 우리 어머니들...
 
그 옛날 농경사회에서 소중한 재산이었던 소를 키우는 일 역시 상당 부분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주부가 밖으로 나가면 집안일은 누가 할 것이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남하당 대표가 토로하는 것이다. 이렇듯 전통 농촌사회에서 우리 여성들은 경제활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서도 남성우위의 사회로부터 그러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것이 바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언술을 가능케 하는 전근대적인 사회적 인식의 토대가 되었던 것같다. 그렇다면 과연2011년 한국에서 여성은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참된 위상은 어디쯤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절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각종 통계 수치로서도 입증되고 있다.
 
먼저 현 시점에서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바로 여성 장관의 숫자다. 상징적 의미가 컸던 현 정부의 첫 내각에서 여성 각료는 여성부장관 1명 뿐이었고 23명의 차관 가운데도 여성은 단1명뿐이다.
 
반면, 여성정치인이 정부 수반을 맡고 있는 독일이나 핀란드, 호주 등의 예에서 보듯 어떤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척도는 그 나라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리더로서 얼마나 활동하느냐를 두고도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논할 때 이슬람권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사실 이슬람권 내에서조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와 같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 특히 고위 공직자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여성친화형 나라들도 많다.
 
남녀 간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권한척도(GEM)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09개국 가운데 61위를 기록하여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등 제 분야에서의 여성들의 의사결정 참여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원 비율, 여성입법 고위관리직 비율, 여성 전문기술직 비율, 남녀소득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GEM은 해당국가 여성의 지위 수준을 가장 유효하게 설명하는 잣대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인재의 풀이 빈약하거나 남성 못지않게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여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훌륭한 여성 인재를 발굴 못하거나 혹은 아예 그런 의지조차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는 다양한 감수성과 창의성이 경쟁력인 사회이다. 여성의 섬세한 감성과 감각이 국가경쟁력의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앞 다투어 여성 지도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이유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지도력과 사회 제반 세력을 아우르는 화합의 리더십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나아가 여성들이 국제관계에서 적극적이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면 갈등과 전쟁보다 협력과 평화적 국제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여성주의적 국제관계이론이 주목받으면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가 국제관계의 질과 운영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여성경제활동 인구, 남녀 간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 여성의 기업 내 관리직 비율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현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근로자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녀 간 임금격차는 여전히 여성 임금이 남성의 2/3수준이었다.
 
의사결정의 지위에 여성이 얼마나 진출해 있느냐의 문제는 고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자체가 매우 저조한 형편이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매킨지가 2001년 ‘우먼 코리아 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여성인력의 효과적 활용 문제는 21세기 한국경제의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여성과 관련된 최대 이슈가 성차별이었다면 21세기의 화두는 여성인력의 저 활용이라는 것이다.교육과 노동시장의 성 평등은 인적 자본의 질을 높여주고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결국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성 평등 수준의 개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넘어 사회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의 실현, 여성들의 소프트 파워를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곧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혹여 아직까지 여성들이 사회로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를 걱정하는 가장들이 있다면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2011년 5월 16일 1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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