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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편이 오빠? 이상한 가족관계

여유단상>
 
 

개인적으로 저녁이 되면 연속극 한편 정도는 보게된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를 보면 기가 막힌다.
 
약속이나 한 듯이 젊은 부부들이 나오는 드라마 에서는 아무런 생각없이 남편을 오빠 라고 부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학교다니면서 또는 직장에서 사회에서 선후배로 따르다가 결혼을 했건 동네 아는 오빠와 결혼을 했건 간에 결혼을 하게 되면 내외간에 지켜야할 예의와 가족 구성간의 질서같은 것이 있는 데 이질서가 깨어지고 있다.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면 혼란스러운 것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치원생 어린 남매가 손위의 어린 오빠랑 싸우며 크다보니 오빠가 싫을 때가 많았던지 어느 날 엄마한테 “엄마, 나도 오빠랑 결혼해야 돼? 나 오빠 싫어 오빠랑 결혼 안할래!”하더란다.
 
집에서는 엄마가 아빠를 부를 때 오빠라고 하고, 텔레비전에서도 부부간 오빠라고 부르는 호칭을 많이 접해서 인지 여자아이는 자기가 싫어하는 친오빠와 결혼해야 되는 줄 알고 질겁을 하더란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들 앞에서도 부부간 반말은 예사고 심지어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동방예의지국 소리를 듣던 예절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고있다. 생활속의 문화는 차치하고서라도 대중매스컴의 영향이 큰 탓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드라마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며 현대인들은 때때로 착각을 한다. 모방을 한다. 트렌드고 문화인냥 무분별하게 쫓는다. 그래서 말이지만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가상의 현실인줄 알면서도 속게 마련인 어리석은 현대인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속의 주인공은 작가가 어떻게 만들어가냐에 따라 좋은 사람도 될수 있고 나쁜 사람도 될 수 있겠지만 매스컴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생각해서라도 가릴 건 가리고 조심할 것은 조심하면서 각본을 만들어야한다.
 
요즘 드라마보기도 참 조심스럽다. 특히 어린 손주들과 웃 어른들과 함께 볼라치면 참으로 민망하다 못해 당장 방송국으로 전화기라도 들고 따지고 싶을 정도다.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면 구닥다리 대사라고 여겨져서일까.
 
간혹 착한 아내, 현숙한 어머니상이 대두될 때는 바른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젊은 부부를 등장시킬 때는 여지없이 부부는 친구사이로 돌변한다. 부모가 병이 나면 이유불문하고 곧 바로 노인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켜놓고 잘 가보지도 않고 방치하는 세대가 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돈만 지원하면 자식의 도리를 다 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노인들이 아플 때 가정에서 가족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은 이제 드라마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설좋은 병원이나 요양원에 떠맡기다시피 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에 바쁘다. 드라마가 이럴진대 현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9년 스위스에 갔을 때 그곳 젊은 사람들은 휴일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레스토랑이나 공원에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한 적있다.
 
이곳 구라파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했다. 빵집이나 공원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유독 많아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이곳 스위스에는 오랜 세월 다른 나라의 속국으로 있을 때, 나라는 가난하였지만 그 속에서도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바라지해 오늘날 인류국가 된 은공을 갚는 심정으로 젊은 세대들이 부모님들을 잘 섬기고 있다고 했다.
 
동방예의지국을 내세웠던 우리나라가 부끄러웠다. 어느새 남편 호칭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부모 호칭도 바뀌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매스컴만 탓할 게 아니다. 부디 가정의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바른 말 바른 호칭을 제대로 가르쳐주어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2011년 2월 18일 1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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