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가 아니고, 남자는 여자가 아니다’ 이 말 속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농축되어있다. 여자와 남자에 대해 우리가 가진 선입견과 여자와 남자에 대한 사회적 규정과 이미지 등이 담겨있다.
이들 대중 속에 각인되어 있는 기존 여성이미지들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감성의 시대, 다양성의 시대에 맞는 21세기 새로운 여성 이미지를 창조하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다. 비논리적이다.
직무상 사적인 문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해야 한다’ 등 여성의 몸과 행동에 대한 일반적인 다양한 선입관과 편견들에 저항하며, 여성의 몸과 행동을 제약하고 있는 이미지들과의 결별을 시도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에 도움이 되는 첫걸음은 지난 6일 유명을 달리한 잡스가 남겼던 명언 중에 ‘다르게 보자, 다르게 생각하자’ 란 말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성다움과 여성스러움에 녹여 있는 여성(여자, 엄마)에 대한 생각들을 놓아버리는데서 시작될 수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를 다르게 보는 이분법적 생각들을 접어버리는 것이 함께 수반되었을 때 새로운 여성이미지가창출된다. 새로운 여성이미지는 특정한 여성이미지가 없는 이미지이다.
각자가 가진개성과 특성, 다양성에 따라 이해되는 개별적 이미지이다. 21세기 열린 공간은 너와 나의 원활한 소통에서 나온다. 인간중심의 상호공존 사회는 다양한 개인들이 각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공감하고, 어울리는 장마당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공감을 잘 활용한 21세기 리더십의 사례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10월 7일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3인의 여성리더들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엘런 존슨 설리프 대통령과 라이베리아의 평화 운동가 리머보위 등은 인종이나 종교의 제약을 벗어버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리고 예멘의 민주화 시위를 여덟 달째 이끌고 있는 타우왁쿨 카르만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넘어서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가 되었다.
이들 3인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되어있는 보수적인 라이베리아와 예멘 사회의 여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떨쳐버리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민주적 네트워크를 확장하였다.
그리고 소수자와 약소집단을 배제하지 않는 정치를 지향하였다. 이들 3인의 여성이 사회적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여 여성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장, 평화에 기여하였다.
한국사회의 여성은 지난 20여 년간 사회적 진출의 확장으로 권익과 지위가 향상되었지만 사회의 주요 요직이나 의사결정직에 있는 여성의수는 OECD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아직도 한국사회 저변에는 차별화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역할인식이 잔존하고 있으며, 대중매체 또한 여성의 신체와 역할에서 기존의 아름다운 여성상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청순 글래머’, ‘쭉쭉빵빵’, ‘백치미’란 성적 대상화된 육체의 강조는 건강하고 평범한 체격의 여성이 지니는 씩씩하고 당당한 이성적 여성의 아름다움을 소멸시킨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달랐던 것을 되새겨야 한다. 원시시대에는 가슴과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짧은 다산형의 여인이 아름다웠으며, 중세에는 창백하고 마른 여성이 아름다웠고, 바히마 족은 비만인 여성이 아름답다. 조선시대 아름다운 여성과 현대의 아름다운 여성도 다르다. 즉 여성의 아름다움은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성 스스로가 현재 한국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여성상과 아름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회적 인식과 대중매체에 일반화된 왜곡된 여성상들에 저항할 때 새로운 여성이미지가 창출은 시작될 것이다.
[2011년 10월 7일 24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