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4개월 공직마감 공로연수를 앞두고
신록의 6월이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보니 구청 앞 가로수의 녹음이 더 짙어지고 있다. 구청에서 다른 보직을 맡고 있을때 가로수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에 불과했기에 무심코 지나쳤지만, 청소행정과장 보직을 맡고나서는 가로수의 낙엽이 꽤나 신경이 쓰였다.
거리에 쌓여있는 것이 일부는 보기 좋기도 하나, 행여 구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도로가에 쌓여 교통에 지장이라도 줄까봐 낙엽은 나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공직자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생활해왔는데, 어느덧 38년 4개월이라는 긴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니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내가 행정공무원이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다. 초등학교 교장인 아버지는 내가 교사가 되길 원하셨다. 한평생 교육자이셨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는 별도로, 나는 교직보다는 간호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집안에서는 반대했다.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얼떨결에 시험 본 것이 9급 공채였다. 그렇게 고향에서 첫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부산으로 전근오면서 북구를 비롯한 사상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공직사회가 남녀평등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여성공무원은 민원을 보는 부서에 주로 배치되었고 사실상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다. 그런 여건 속에서 기회를 얻고, 가사와 육아 등을 병행하면서 상사들에게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한 결과로서 현재의 직위까지 올라왔고, 별 탈없이 공로연수에 들어가니 다 좋은 상사와 동료들을 만난 덕분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생각만해도 뿌듯
구청 민원봉사과에서 일할 때 구민들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처럼 적극적으로 처리한 실적을 인정받아, 여성공무원으로서 흔하지 않게 총무과 행정계장으로 근무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당시 맡은 업무를 직원들과 열심히 한 덕택에 행정자치부가 주관한「2003년 행정서비스헌장제」에서 사상구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기관표창을 받은데 이어, 2004~2006년까지 우수기관을 유지해 대통령 기관 표창까지 수상한 일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구청과 구민을 위해 최선을 다함이 전국에서 사상구청이 행정서비스를 제일 잘했다는
평가로 이어졌으니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평가로 이어졌으니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그 후 2007년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삼락동장으로 발령받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지역발전을 위해 열성을 다했고, 삼락동 벚꽃 축제를 만들어 3회까지 개최하였다. 공직자가 구민과 함께 하고, 구민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지방행정의 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삼락동장으로 3년 6개월간 재직하면서 일선행정을 몸소 체득한 것은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었다. 문화홍보과장 재직 시에는 사상강변축제를 기획하고, 다문화축제를 도입해 성황리에 개최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2011년 사상에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유치해 전국 10만 관중이 몰려오면서 10억 원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거둔 동시에 문화의 불모지인 사상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자부심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영원한 사상인, 마음은 늘함께 돌아보니 이 모든 기회를 갖게해 준 직원들, 동료, 상사분들의 도움이다. 40년 가까이 공직을 천직으로 알며 딴에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지만그래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공직관, 행정은 뭐니뭐니 해도 주민 편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방행정, 자치행정을 수행하는 공직자는 주민만족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하고, 주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정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한다는 것을 오랜 공직생활 속에 터득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기간 동안 사상에서 근무한 나는 ‘최초 여성 서기관’이라는 과분한 명예도 얻고 나설 수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30여년전 당시만해도 허허롭던 공장지대가 이제 첨단산업도시, 교육·행정·문화 중심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꿈이 무르익는 도시 사상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돼 뿌듯하다.
더불어 이 도시에서 열정을 바친 시간들이 청춘을 함께 해왔기에 기대감으로 지켜보는 내내 행복할 듯하다. 비록 청을 떠나 있을지라도 나는 영원한 사상인(沙上人)으로 남고싶다. 주민들의 따뜻한 눈빛과 동료, 직원들의 고마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신나는 사상을 기대한다.
[2014년 6월 20일 제53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