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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가 답하랴,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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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입이 열개나 있어도 변명 못 할 현실 앞에 목놓아 울고싶다. 이것이 대한민국 수준이라면 우리나라의 위기관리능력은 빵점으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이 발 빠르게 달려갔건만 지휘 체계는 혼선을 계속 빚어 발표문 마다 숫자가 다르고,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서로 연계가 되지 않은 지휘체계에 혼란을 불러왔다. 잠수부 500명이나 이미 도착 되어 있어도 활용 못하는 현실에서 배가 침수되고 4일후에야 선내에 진입하는 늦장조치에 유가족들의 분노는 결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한다며 청와대를 향해 나서기도 했다.
 
물론 기상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섣불리 대응 하다가 오히려 귀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이해는 간다. 이번 세월호가 침몰된 곳은 조수의 흐름이 매우 심하여 항해사들이 신중을 기하는 위험지역인데도 어찌하여 선장은 1년차도 안된 그것도 대형선박 첫 운항을 하는 3등 항해사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웠는지 모를 일이다.
사고 난 이후의 비상조치는 정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본 룰도 지키지않고 학생들에게만 그 자리에 있으라 방송하고 자기들만 안전하게 맨 먼저 배에서 빠져 나와 생명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
 
계속되는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선장과 함께 목숨을 부지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부끄럽다. 그럴진대 어떻게 향후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말씀에 잘 따르고 공경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의 총체적 원인은 선장에게만 떠넘길 수도 없다. 거슬려 올라가면 일본에서 20년 넘은 노후선박을 얄팍한 이익 수단으로 개조하고 운행을 허가한 당국에도 무한책임이 크다. 위기상황을 보고 받고도 행한 제주와 진도 기지센터의 대응도 지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더 나아가 해양경찰청, 중앙재난대책본부, 해군, 해수부, 안행부 등 직접 관련부서의 책임 미루기 형태가 빚어지는 사태는 이번 사건이 수습되면 분명히 짚어 볼일이다. 만약 그러한 내용이 사실이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 조치해야 할 것이다.
 
국민 1인당 2만 6천불 시대, 세계경제대국 13위 나라, 무역 물동량이 1조원이 넘는 해양 강국의 나라, 이제 선진대국의 꿈이 멀지 않은 대한민국이 어찌 이렇게 세계인들로부터 지탄 받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한심하다.위기관리 시스템도 문제가 많다.
 
정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사례를 배워서라도 혁신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 많은 조직과 유능한 인재, 훌륭한 메뉴얼들이 존재하건만 왜 사고때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우왕좌왕 하는지 모를 일이다. 늘 도사리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위기의식부재와 총체적 사회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그리고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언론의 과잉활동이다. 특종을 잡겠다는 의욕으로 오히려 사태를 오도하는 불상사는 앞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신속한 경쟁적 보도가 우선이 아니라 정확한 보도가 우선이다. 언론사끼리 서로 네트웍이 되어 사고 처리에 방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불필요한 질문 등으로 피해 가족들이나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학생들에게 자기의 구명조끼를 던지고 배와 함께 운명을 달리한 단원고선생님들, 끝까지 자기의 직무를 다하다가 목숨을 잃은 여승무원의 사연,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바닷 물속에서 한명이라도 살려내겠다고 생명의 위험도 물리치고 잠수하는 바닷사람들, 어려운 와중에도 의연히 본분을 다한 사람들도 잊지 못할 것이다. 끝까지 함께해준 용감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14년 4월 25일 제5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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