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편 채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에 찌라시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일상적인 용어라기보다 연예가나 증권가에 떠도는 일본어로 된 속어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런 용어가 대통령의 주요 브리핑 자리에까지 등장했고, 최근 대통령은 ‘항간에 떠도는 찌라시가 나라 전체를 흔들고...’라고까지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 찌라시 수준의 소문들이 진위여부도 가리기 전에 기정사실화되어 언론매체를 통해 온 국민을 들쑤셔놓는지. 그리고 종편은 확인도 안된 내용들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저렇게 신이 나는 건지, 어느 땐 말펀치가 워낙 수위가 높아 마치 말로 하는 격투기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도 묘하게 소문이나 풍문이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중독성이 있어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자극적인 그 채널에 또 손이 간다. 종편에선 전문가들을 배치해 온갖 전문적 상식과 언변을 동원해 순진한 시청자들을 자극시키고 있고, 종편채널에 출연하는 소위 전문가는 더욱 흥분된 논조로 자기들끼리 경쟁적으로 한술 더 뜨며 채널순례를 한다.
국민들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정보를 습득한다. 물론 국민들은 언론에 비춰지지 않는 행간속의 자잘한 스토리의 배경을 더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자나 취재원들은 찌라시 정보도 수집하여 공공에게 알려야 할 진실들을 선별해서 세상에 알리기도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올바른 정론 직필로 국민을 잘 선도해야 하는 책무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모두 알아야 하는 건 아니듯이 국익을 위해선 모를 수 있는 국민 된 도리도 있지 않을까. 일선 동사무소에서부터 국회 청와대 이르기까지 동향보고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누구’를 위해 ‘누구’를 대상으로 ‘누가’ 보고를 하고 ‘누가’ 보고를 받느냐는 것이다.
소위 ‘‘정윤회 동향보고와 문고리 3인방’의 비선실세 국정개입의혹 공방‘을 보면서 찌라시를 정론보다 더 믿어주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선진 대한민국을 꿈꾸는 우리 국민은 유치한 유아수준의 정치권과 사회구조의 불균형, 매우기형적인 언론행태를 보면서 불신의 시대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의 의식개조와 정치선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급박함을 느낀다.
[2014년 12월 26일 제59호 17면]